자영업자 감소하는 이유는…고금리 장기화에 내수부진 길어져

2024-08-19 13:00:01 게재

내수부진에 자영업자 줄고 ‘쉬었음 인구’는 증가세

‘세수펑크’ 실탄 떨어진 정부, 마땅한 대책 안보여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주요 기관들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어 주목된다. 가장 큰 배경은 내수 부진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재정 투입 등 단기대책과 함께 금리, 규제 완화 등과 관련된 중장기 대책 등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정부는 난감한 분위기다. 2년째 세수펑크 등 재정여력이 쉽지 않아서다. 인구 감소 등 사회구조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정책 효과를 점치기 어렵다는 점도 난제다.

◆부정진단 커지는 외부평가 = 19일 국책연구기관인 KDI에 따르면 고금리·고물가와 내수 부진을 이유로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당초 2.6%에서 2.5%로 0.1%P 하향 조정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지난달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전달 대비 0.2%p 하향 조정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에서 4개월째 내수 회복세 평가를 유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우리 경기가 내수 회복으로 들어섰다고 볼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는 계속 안 좋았는데 정부는 수출이 조금 잘 되니까 하반기 내수로 연결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냉정하게 보면 내수는 계속 안 좋은 상황”이라며 “수출이 늘어난다고 내수가 좋아지는 낙수효과 경로가 보이지 않고 재정정책도 소극적이어서 내수가 살아날 만한 부분이 없다”고 분석했다.

◆야당은 ‘현금성 지원’ 주장하지만 = 내수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지만 정부 대책은 딱히 손에 잡히는 게 없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현금성 지원(전 국민 25만원 지급) 정도가 대책의 전부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여력도 없고 효과도 없다’며 반대입장이 확고해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정책은 필요하지만, 현금성 지원은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현재 정부 재정 상태도 좋지 않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현금성 지원을 하게 되면) 정책이 산으로 가는 것”이라며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상반기 1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한쪽은 확장재정, 한쪽은 긴축으로 가면 모양이 안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세은 교수는 “아무것도 안주는 것 보다는 낫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금리인하는 언제쯤? = 그나마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빚 많은 자영업자들에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미국이 금리인하를 본격화하기 이전에는 금리인하를 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높다. 오는 22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가 이번에도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더 많다.

최근 정부와 여당 인사들은 내수 부진 상황과 자영업자 연체율 등을 이유로 조속한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뜻을 지속해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아직 단행되지 않았고, 부동산 경기 과열 양상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이 치솟고 있다는 점이 기준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는다.

더구나 금리인하가 시작되더라도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우려 탓에 인하 폭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하가 그나마 내수회복을 뒷받침할 대안이지만, 인하가 시작되더라도 근본적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설명인 셈이다.

◆내수부진에 ‘쉰다’는 사람도 늘어 = 한편 내수부진 장기화는 자영업자 감소와 함께 ‘그냥 쉰다’는 인구도 늘리고 있다. 건설업과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취업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그냥 쉬고 있다”는 인구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7월 월평균 ‘쉬었음’ 인구는 245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에 비해 2.1% 증가해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일자리 통계상 ‘쉬었음 인구’는 육아와 학업 등 뚜렷한 이유 없이 일하지도 않고 구직도 하지 않는 경우다. 구직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실업자로도 분류되지 않는다.

그냥 쉬고 있는 인구의 증가는 한참 경제활동을 해야 할 30·40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 쉬었음 인구는 1년 새 9.4% 불어난 29만3000명으로 집계돼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불었다. 40대 쉬었음 인구도 28만1000명으로 작년 1~7월에 비해 7.9%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와 60대는 각각 1.6%, 0.4% 늘어나는 데 그쳤고, 20대 이하는 1.2% 감소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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