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 의혹’ 윤 대통령 상대 사실조회
박정훈 변호인단, 중앙군사법원에 신청
‘VIP 격노설’ 관련 휴대폰 통화 등 질의
사실상 윤 대통령 ‘서면조사’ 이뤄질까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과 관련해 항명 혐의로 재판을 받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측이 군사법원에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이른바 ‘격노설’의 진위 등을 확인해달라는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고 윤 대통령이 응하면 사실상 서면조사가 이뤄지는 셈이어서 주목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대령 변호인단은 지난 16일 중앙군사법원에 윤 대통령 개인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채 상병 사건기록 이첩 보류 지시와 이첩 기록 회수, 박 대령에 대한 항명 혐의 수사개시 과정에 윤 대통령이 관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박 대령 변호인단이 요청한 사실조회 사항은 6가지다. 변호인단은 먼저 이른바 ‘VIP 격노설’과 관련해 지난해 7월 31일 국방 관련 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지, 또 같은 회의에서 “수사권이 없는 해병대 수사단에서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1사단장 등을 형사입건한 것은 잘못이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지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윤 대통령과 수사외압 의혹 관련자들과의 통화 여부와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변호인단은 지난해 7월 31일 오전 11시 54분경 대통령실 내선번호 ‘02-800-7070’ 전화를 이용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통화했는지, 했다면 어떤 말을 주고 받았는지와 같은 날 해당 내선번호로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 주진우 당시 법률비서관과도 통화했는지 사실확인을 요청했다.
사실조회 사항에는 지난해 8월 2일 개인 휴대폰을 이용해 이 전 장관에게 전화했는지, 했다면 어떤 말을 주고 받았는지와 같은 날 임기훈 당시 국방비서관, 신범철 국방부 차관과도 통화한 사실이 있는지, 있다면 사건 이첩기록 회수 또는 박 대령에 대한 수사개시 등과 관련된 내용인지 등도 포함됐다.
지난해 8월 2일은 경북경찰청에 넘어간 채 상병 사건기록을 국방부 감찰단이 회수하고 박 대령에 대한 군 검사의 수사가 본격화된 날이다.
박 대령측이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윤 대통령에게 직접 공식 질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 본인의 통화내용이나 경험에 관련된 것인 만큼 대통령실이 아닌 대통령을 상대로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는 게 변호인단의 설명이다.
앞서 박 대령측은 ‘02-800-7070’ 내선번호의 사용자를 특정하기 위해 대통령실에 사실조회를 신청했으나 대통령비서실은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며 답변을 거부한 바 있다.
박 대령 변호인단의 윤 대통령을 상대로 한 사실조회 신청을 군사법원이 받아들이고 윤 대통령이 답변한다면 ‘VIP 격노설’의 사실관계가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대통령이 구체적인 통화 내역에 대해 답변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한편 중앙군사법원은 박 대령측이 신청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휴대전화 통신기록 등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을 각하했다.
앞서 박 대령측은 윤 대통령 부부 휴대전화와 대통령실 내선번호 ‘02-800-7070’,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김동혁 국방부 감찰단장·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의 휴대전화 기록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통신기록 보존기한이 1년인 점을 고려해 기록이 삭제되기 전 보전 신청을 한 것이다. 하지만 군사법원은 이미 공판이 수차례 진행된 상황인 점 등을 고려해 박 대령측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