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생 때 성희롱’ 현직교사 “시효 3년”

2024-08-19 13:00:02 게재

1·2심, 징계시효 10년 적용 … 견책 처분 유효 판단

대법 “교대생 ‘공공기관 종사자’ 아냐” … 파기 환송

교육대학교 재학 시절 신입 여학생들의 외모를 품평하는 내용의 ‘신입생 소개자료’를 만든 초등교사를 임용 후 징계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교대 재학생은 공공기관 종사자나 근로자로 볼 수 없으므로 교육공무원법상 징계시효 10년을 적용할 수 없고, 국가공무원법의 징계시효 3년도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교사 A씨가 서울특별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견책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2학년 재학 중이던 2016년 3월 같은 과 축구 소모임 재학생과 졸업생 중 남자들만 모이는 ‘남자 대면식’에서 쓰기 위해 ‘2016년 신입생 소개자료’ 책자를 만들었다. 책자에는 신입생 여학생의 이름과 나이, 소모임, ‘공룡상이다’ 등의 표현으로 외모를 품평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2019년 해당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등 논란이 확산하자 서울특별시교육청 감사관은 서울교대 졸업생 중 교원으로 임용됐거나 임용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했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A씨가 국가공무원법 63조의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2020년 11월 견책 처분을 내렸다. A씨는 2019년에 서울시 초등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해 2020년 3월 최초 임용, 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이었다.

A씨는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의 쟁점은 A씨를 ‘공공기관 종사자’로 볼 수 있는지였다. 국가공무원법상 징계 시효는 3년이지만, 공공기관 종사자나 사용자, 근로자가 성희롱 행위를 할 경우 교육공무원법상 징계 시효 10년이 적용된다.

1심과 2심은 모두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공기관 종사자가 반드시 전형적인 공공기관의 임직원뿐 아니라 공공기관과 일정한 관련을 맺고 공공기관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도 포함한다”며 “해당 책자가 당시 남자대면식에서 성희롱의 매개체로 활용됐다는 사실은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성희롱 행위라는 점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국가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전의 행위라도 이로 인해 임용 후의 공무원의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게 된 경우에는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다”며 징계 의결이 적법하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행위에 대한 징계 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공공기관 종사자에 해당하려면 적어도 상당 기간 공공기관과 일정한 관련을 맺고 공공기관의 업무를 수행할 것이 요구된다”고 판단한 2005년 대법원 판례를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은 “A씨는 교대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 공공기관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상 또는 법률상 원인에 의해 공공기관으로부터 일정한 역무를 제공받는 사람이었을 뿐”이라며 “교대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A씨가 공공기관과 일정한 관련을 맺고 공공기관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국가공무원법 83조의2 1항에 따라 3년의 징계시효가 적용된다”며 “징계의결요구는 비위사실이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난 2020년 3월 이루어졌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징계시효가 경과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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