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휴전안, 이스라엘은 수용한다지만…
하마스 수용 가능성은 낮아
이, 협상단 다시 파견키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가자전쟁 발발 후 9번째로 이스라엘을 찾아 인질협상을 비롯한 휴전안 합의를 압박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일단 미국의 제안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를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9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가자지구 휴전·인질석방 협상 논의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3시간에 걸친 회담 뒤 낸 성명에서 “회동은 긍정적이었다. 좋은 분위기였다”며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미국의 인질 석방 제안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방송 연설에서 “인질 석방을 위한 공동의 노력 속에 미국이 우리의 안보적 이익에 이해를 나타내준 것에 감사하다”며 “휴전 합의의 첫 단계에서 최대한 많은 생존 인질이 석방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블링컨 장관도 기자회견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의 중재안을 수용한다고 거듭 확인하면서 “매우 건설적인 회의였다. 이제 하마스가 동일하게 해야 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지난 15~16일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 이집트, 카타르 등 중재국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에 휴전·인질석방 중재안을 마련해 전달했다.
당시 협상에 불참한 하마스는 지난 18일 “이견은 해소되지 않았고 네타냐후 총리가 더 많은 조건을 추가해 (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 중재안에 따라 합의를 어떻게 이행할지 명확한 이해에 도달하려면 모두 한 자리에 모여야 한다”며 “그 다음 단계로 하마스가 이에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회동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릴 휴전 협상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계획을 밝혔다고 블링컨 장관은 전했다.
그러나 블링컨을 면담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전쟁 목표인 인질의 귀환과 하마스 소탕을 달성할 때까지 가자에서 작전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말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미국의 기대감과는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블링컨이 협상을 중재하러 이스라엘에 간 18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폭탄테러로 추정되는 폭발이 일어나 한 명이 죽고, 한 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도 협상전망을 어둡게 한다.
이스라엘 경찰과 첩보기관인 신베트는 이번 사건을 ‘테러 공격’으로 규정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며, 하마스는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이슬라믹 지하드의 군사조직인 ‘알쿠드스여단’과 협력해 ‘순교 작전’을 수행했다”면서 “점령지 내 학살, 민간인 이주, 암살 지령 등이 계속된다면 순교 작전이 다시 전면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를 두고 지난 2000년에서 2005년 사이에 벌어졌던 무장 팔레스타인인들의 봉기인 인티파다(무장봉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우려했다. NYT는 만약 이번 폭발이 자살폭탄테러가 맞다면 2016년 이후 이스라엘에서 처음 일어난 자살 폭탄 테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국이 중재하는 협상이 위력을 발휘할지 아니면 무장봉기가 더욱 커질지 아직은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