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더 늦기 전에 정책기조 바꿔야 한다
자영업자가 6개월 연속 줄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경기가 어려워서 당분간 쉰다는 인구도 증가 추세다. 취업시장은 막혀 있고 장사 해봐야 남는 게 없어서다. 모두 내수부진과 직결돼 있다. 실물경기 침체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는 ‘장밋빛 전망’만 남발한다.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수출이 좋아지면서 1분기에만 국내총생산(GDP)이 3.3% 증가하자 ‘깜짝성장’이라며 흥분했다. 이례적으로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가 별도 브리핑을 할 정도였다.
정부는 수출과 함께 ‘내수도 회복흐름’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를 벗어나면 다르다. 민간은 물론 국책연구기관까지 ‘내수 부진’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국내외 기관들은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기 시작했다. 내수부진과 대외 불확실성이 성장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실물경기와 통계를 봐도 ‘내수 부진’ 증상은 뚜렷하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내수가 늪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하지만 ‘내수는 회복중’이라는 게 정부 진단이다. 당연히 ‘내수지원 정책’은 이렇다 할 게 없다.
그나마 있다면 정치권의 입을 빌려 한국은행에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정도다. 더구나 정부는 2년째 세수결손으로 재정 실탄도 남아 있지 않다. 작년 대기업 실적부진 탓에 법인세가 급감하면서 올해 세수도 10조원대 펑크가 예고됐다.
내수 회복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별로 없는 걸까. 그냥 놔둬도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이 부자감세 정책 백지화다. 정부는 세법개정안에 상속세 개편을 포함했다.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세액공제 규모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상속세 납부 대상은 전체 사망자의 5% 안팎이고, 상위 0.03%인 100명이 상속세의 59.6%를 납부하고 있다. 5년간 18조6000억원대 감면액의 60%가 극소수 부유층에게 돌아간다는 뜻이다. 이 정책만 없던 일로 해도 연간 3조~4조원의 세수가 생긴다. 굳이 개편이 필요하다면 중산층과 서민 부담만 완화하는 내용으로 조정하면 된다.
금융투자소득세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폐지를 추진하는 금투세는 연 5000만원 이상의 금융수익을 내면 20% 세금을 매기게 되어 있다. 작년 개인투자자 평균 수익률이 15%남짓이니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주식만 3억원 이상을 보유한 사람이 낼까 말까 한 세금이다.
결국 결론은 고액자산가 세금 감면이다. 부자감세 정책을 강행하면 세수펑크 구멍만 더 커질 뿐이다. 정부 재정여력도 당연히 쪼그라든다. 더 큰 문제는 내수부진 상황에서 재정절벽 문제가 겹치면 경기침체 장기화를 자초하게 된다는 점이다. 더 늦기 전에 정책기조를 바꿔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성홍식 재정금융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