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역 오명’ 공주역 명칭변경 논란
공주논산부여역으로 제안
역 활성화 다짐에도 이견
‘유령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KTX 공주역’의 역 명칭 변경을 두고 논란이 시작됐다. ‘KTX 공주역’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다.
20일 충남 공주시와 논산시, 부여군 등에 따르면 이들 3개 시·군은 최근 ‘KTX 공주역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역 활성화에 본격 나섰다. 공주역 이용 활성화와 교통수요 확대를 연계해 지자체간 상생발전을 꾀하고 충남 남부권의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다.
이들은 업무협약에서 △공주역 인지도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전략과제 마련 △공주역 접근성 향상을 위한 교통망 개선 방안 강구 △공주역을 이용한 협약기관 간 공동경제권 형성 등에 상호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세종시 신도심과 KTX 공주역을 잇는 ‘세종~KTX 공주역~탄천 연결도로’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 도로는 총연장 23.5㎞, 왕복 4차선 도로로 2029년을 완공목표로 하고 있으며 올해 11월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도로가 개통하면 세종시에서 KTX 공주역까지 이동시간은 현재 40분에서 25분으로 크게 단축된다. 이들 지자체가 체결한 업무협약 가운데 접근성 향상을 위한 교통망 개선 분야다.
이들 지자체가 일단 힘을 합치기로 했지만 복병이 나타났다. 논산시와 부여군이 활성화 우선과제로 역사 명칭변경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KTX 공주역은 현재 충남 공주시와 논산시, 부여군의 중간지점인 허허벌판에 위치해 있다. 현재 있는 도로로 보면 공주시청과는 15㎞, 논산시청과는 21㎞, 부여군청과는 26㎞ 떨어져 있다. 공주역이 ‘유령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이유다.
논산시와 부여군은 ‘KTX 공주역’이 공주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져 논산과 부여로 오는 승객이 찾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부여군 관계자는 “부여에 관광을 오거나 논산 훈련소를 찾는 사람이 공주역을 통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며 “이 때문에 공주역 이용자는 공주에 오는 사람으로 대부분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명칭을 천안아산역처럼 공주논산부여역 같은 식으로 변경한다면 사람들 인식이 달라질 것이고 역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제안에 공주시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충남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명칭변경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논산과 부여 주민은 찬성이 높았지만 공주 주민은 반대가 69.9%로 높았다. 공주시 관계자는 “아무런 근거도 없고 주민들 사이에 공감대도 없는데 시 차원에서 역 명칭 변경을 추진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충남도는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섣불리 나설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충남도 관계자는 “3개 시·군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KTX 공주역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연평균 일 이용객이 685명에서 지난해 1044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들 지자체 목표는 2000명이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