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베트남 맹그로브 복원과 우리나라의 역할

2024-08-20 13:00:02 게재

맹그로브는 열대와 아열대 지방의 육지와 바다 사이에 분포하는 식물들로 바닷물과 민물에서 생육이 가능하다. 또한 땅 위에 호흡을 위한 뿌리가 발달하며 열매가 가지에 붙은 상태에서 뿌리가 나고 이것이 땅에 떨어져 번식하는 등의 특징을 가진다.

생물다양성 높이고 탄소 저장 기능도

전세계에 맹그로브 70종 이상이 2020년 기준 1480만ha 분포하며 44%가 동남아시아에 있다. 맹그로브 면적은 계속 줄어들며 최근 20년 동안에도 약 68만ha가 감소했다.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의미의 맹그로브는 없지만 준맹그로브에 속하는 황근이 제주도와 남해안에 소규모 군락 형태로 분포한다. 맹그로브는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가 돼 생물다양성을 높이고 새우 양식은 물론 조개와 굴 등 수산물을 생산하는 장소로도 활용된다. 또한 여기에서 목재뿐 아니라 숯 사료 약재 꿀과 같은 임산물도 얻을 수 있다. 특히 열대지역 맹그로브림 생산성은 다른 생태계보다 높다. 탄소 저장량도 열대우림보다 훨씬 많아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편 맹그로브의 감소는 항만이나 주거지 건설, 양식과 수산물 채취, 농업용 개간 등 인위적인 활동과 더불어 자연 분포 구역의 축소로 인해 일어난다. 기후변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 염분 농도 변화, 극한 기상의 증가 등이 자연 분포 구역 축소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맹그로브의 감소는 폭풍우, 홍수, 쓰나미와 같은 재해에 대한 해안지역의 취약성을 높여 대규모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가져온다.

1940년대에 40만ha 이상이던 베트남의 맹그로브 면적은 전쟁과 과도한 개발 및 이용 등으로 급격히 감소하여 현재는 약 16만ha 정도이다. 베트남 정부는 대규모 산림복원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여러 국가와 국제기구 및 단체들도 맹그로브 복원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였는데, 실패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 산림청은 공적개발원조사업으로 남딘과 닌빈지역에서 맹그로브를 심고 양봉과 양식을 통해 주민소득을 증대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베트남정부에서는 현재까지의 성공적인 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사업을 요청하고 있다.

국제사회 책임 있는 일원으로 역할해야

우리나라도 사업 지역과 면적을 확대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후속 사업을 실행한다면 이전 사업들의 사례를 검토하여 베트남에 적합한 방안을 마련하되, 다양한 고유 수종을 활용해 생태계 다양성을 확보하고 여러 곳에 소면적이 분산되는 것보다는 가능한 대면적으로 집단화하여 복원사업의 생태적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포함하는 새로운 형태의 맹그로브 복원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산림 황폐화와 비슷한 과정을 겪은 베트남에서 경제 발전과 함께 맹그로브 복원도 이루어지길 바란다. 더욱이 탄소 저장 면에서 인위적으로 심은 맹그로브 숲과 천연 맹그로브 숲은 큰 차이가 없다는 최신 연구 결과와 맹그로브가 가지는 기후변화 완화 기능을 감안하면 맹그로브 복원은 베트남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와 다음 세대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베트남 맹그로브 복원사업은 우리나라의 산림녹화 경험과 기술을 다른 나라와 공유하고, 나아가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의 역할에 기여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서도 기후변화에 따라 맹그로브의 출현과 준맹그로브의 확대가 예상되므로, 관련 연구와 정책 개발을 지속해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손요환

고려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