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바스·크림반도 되찾을 힘없어”
젤렌스키, 트럼프 종전 압박속 현실 인정 … 브뤼셀 찾아 “유럽 공동입장 필요” 호소
우크라이나 매체 RBC 보도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과 화상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돈바스와 크림반도에 대한 영유권을 일시적으로 포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부정적으로 답변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의 영토를 포기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헌법은 이를 금지하고 있다”면서도 “사실상, 이 지역은 현재 러시아의 통제 하에 있다. 우리는 이 지역을 되찾을 힘이 없다. 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에 앉도록 국제 사회의 외교적 압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의 20% 가까이를 점령한 가운데 돈바스와 크림반도는 트럼프 당선인의 조기 종전 계획에서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 등 유력 언론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2014년 러시아가 강제로 병합한 크림반도와 2022년 2월 말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으로 점령한 동부 돈바스 지방을 우크라이나가 포기하도록 하는 방식의 종전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협상장에서 직접 대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와 마주 앉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협상할 때 어떤 위치에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EU 정상들과의 회동에 앞서 이날부터 이틀간 브뤼셀에 머무를 예정이라면서 “우크라이나의 오늘, 그리고 내일의 안전보장을 논의할 아주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를 어떻게 보호할지, 우리 국민과 군대를 더욱 강하게 하는 방법에 있어 유럽이 분열되지 않고 공동의 입장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뤼터 사무총장 초청으로 이뤄진 이날 회동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비롯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 EU 주요 회원국 정상들도 참석했다.
나토는 이날 회의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및 경제 지원 논의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앞둔 대책회의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끔찍한 대학살”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화를 통해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협상 특사로 지명한 키스 켈로그가 내년초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이탈리아 로마, 프랑스 파리 등 유럽 국가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보도도 나온 상황이다.
젤렌스키 대통령 입장에서는 현재 전황이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나토 가입 초청 등과 같은 확실한 안전보장을 위한 ‘당근’을 얻지 못한 채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 회동에 앞서 열린 별도 기자회견에서 “지금 할 일은 우크라이나가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승리를 저지하는 데 필요한 것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화협상이나 안전보장 등 떠도는 모든 소문과 관련된 논의는 젤렌스키와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평화 협상에 앉을 때 시작될 것이며 이는 그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