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정갈등 해법 ‘공론화 위원회’ 잇단 제안
안철수 의원 “독재국가 밀실행정 … 전문가와 논의”
김예지 의원 “시민 공감할 논의기구로 갈등 최소화”
“정부정책 반대한 집단행동” … 대통령실 거부 의견
의정갈등 6개월, 해법 나오나 ③ 대화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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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의원은 “대학별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한 배정위는 누가 참여했는지도 모르고, 어떤 근거로 정원이 배정되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며 “독재국가에서나 봄 직한 밀실행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의대 증원 및 의료개혁의 정당성이 뿌리부터 붕괴되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반성과 결단이 없으면 수십 년간 쌓아 올린, 세계적인 수준의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교육을 맡을 의대 교수들과 제대로 된 협의도 없이 학교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증원 신청이 이루어졌다”며 “교육의 핵심인 교수진 확보와 시설 및 인프라에 대한 준비도 계획도 미흡한 ‘묻지마 증원’이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했다. 이어 “현재 수업 거부 중인 의대생의 유급을 어떻게 막고 제대로 교육할지에 대한 고려도 없었다”며 “화물연대 파업처럼 힘으로 밀어붙이면 단 시간에 항복할 거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일 의대생들의 유급이 현실화되면, 내년 증원된 신입생 4500명과 유급생 3000명을 합한 7500명을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해서도 정부는 ‘잘 준비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뿐이었다”며 “본과 4학년들이 의사고시에 응시하지 않아 의사가 나오지 않으면, 인턴, 공중보건의, 군의관이 없는데 그에 대한 대책도 없었다”고 평가했다. “전공의(레지던트)가 돌아오지 않아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는데도, 전문의 병원을 만든다는 허황된 계획뿐이었다”라고도 했다.
안 의원은 “하지만 정부는 아직도 오류를 고치지 않고 있다”며 “대화를 통해 설득하기보다 의대생과 전공의가 지칠 때까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우리 의료는 이른바 ‘조용한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해법으로 ‘공론화위원회’를 들었다. “의대 증원에 합의하되, 1년 유예하고 정부, 의료계, 전문가들이 함께 모인 공론화 위원회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제안이다.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16일 청문회에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제안한 대안이기도 하다. 김 의원은 “학교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 학생들, 의료현장으로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 없이는 의료개혁이 이루어지기는 힘들다고 생각하기에 보다 많은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부 주도의 공론화위원회 등 보다 폭넓은 논의기구를 통해 사회적 갈등 요소를 최소화하고 의료개혁에 관한 정보접근권을 제고할 것과 하루빨리 의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며 “여·야·정,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모두 참여해 찬반의견을 나누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의대증원 문제 등을 의논해 보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했다.
하지만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어떤 정책을 할거냐 말거냐 의사 결정을 하는 거라면 공론화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다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건 정부가 정책 결정한 것에 반대해 특정 집단이 굉장히 오랫동안 집단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어떤 조건을 달지 않고 전공의 대표, 의대생 대표가 공론의 장에 먼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영호 국회 교육위 위원장은 “국회 여야 간사 및 정치권 의료계, 정부 등이 힘을 모아 혼란과 부작용을 줄여가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한다”며 여야간 원내대표들간에도 어느 정도 협의체 마련을 합의했음을 알렸지만 정부측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이주호 장관, 조규홍 복지부 장관 등은 “정부-의사간 대화가 우선”이라며 반대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김 위원장은 “의대정원 배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재논의 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정부 측에 제안했으나 끝내 정부는 저의 제안을 일언지하 거절했다”며 “정부는 반드시 이번 사태에 관해 큰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특히, 오는 9월 학기에 의대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반드시 직을 걸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