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검찰 출석
‘중진공 이사장 임명 의혹’ 참고인 신분 조사
검찰, 문 전 대통령 옛 사위 채용 대가 의심
임 “사건 만들지 말고 증거 있으면 기소하라”
문재인정부 당시 이상직 전 국회의원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임명 의혹과 관련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일 검찰에 출석한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 부부의 계좌거래 내역을 조사한 데 이어 임 전 실장을 소환조사하면서 야권의 반발 등 정치권 파장이 예상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방검찰청 형사3부(한연규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 임 전 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이 전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임명 과정 등을 조사한다.
2017년 5월~2019년 1월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 전 실장은 문재인정부 핵심 인사로 꼽힌다.
임 전 실장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주지검으로부터 비공개 조사 여부에 대한 의사타진이 있었지만 사양했다”며 검찰 출석 사실을 알렸다.
이 의혹은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 임명 대가로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 모씨를 특혜 채용했다는 내용이다.
앞서 이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중진공 이사장 자리에 올랐는데 같은 해 그가 설립한 태국계 저비용 항공사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가 전무이사로 취업해 논란이 됐다. 서씨는 과거 게임 회사에서 근무한 이력은 있었으나 항공업계 경험이 없어 당시 실적 악화에 시달리던 항공사 임원 자리에 오른 것을 두고 잡음이 나왔다. 그러자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은 이 전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임명과 서씨의 항공사 채용 과정에 청와대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2020년 9월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실제 서씨의 취업 대가로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됐는지 여부 등에 대해 수사해왔다. 검찰은 올해 1월 세종시 대통령기록관과 서씨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 등 당시 인사라인 주요 인사들을 잇따라 소환조사했다. 조 전 수석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최근에는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금융계좌의 자금 흐름을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 부부가 결혼 후 일정한 수입이 없던 딸 가족에게 지원하던 생활비를 서씨의 취업 후 중단했다면 서씨가 타이이스타젯으로부터 받은 월급 등 각종 지원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 될 수 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임 전 실장을 상대로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검찰은 2017년말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실이 주관한 청와대 비공식 회의에서 이 전 의원을 중진공 이사장에 내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야권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문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계좌추적 사실이 알려지자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참모 출신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6일 성명서를 내고 검찰 수사를 “명백한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하고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전 대통령 사위가 취직해 월급을 받는 게 뇌물이라면 대통령 가족은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느냐”며 “정치검찰의 끝은 파멸이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권력의 끝은 몰락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임 전 실장도 소환을 앞두고 검찰을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SNS에서 “이번 사건은 정치적 목적으로 그림을 그려놓고 시작된 일에 정치 검사들이 동원된 것”이라며 “최근 밝혀진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에 대한 계좌 압수수색은 이 사건의 본질과 목표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저는 이런 불순한 정치놀음에 장단을 맞출 의사가 없다”며 “사건을 만들지 말고 증거가 있다면 그냥 기소하라”고 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