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난·메시지 없이…한-이 주시하는 용산
대표회담, 대통령실과 조율 없이 결정
“'여 대 야' → '국회 대 용산' 구도 변화”
전당대회를 끝내고 지도체제를 정비중인 여야 대표가 공식회담을 앞둔 가운데 이를 지켜보는 용산 대통령실이 유난히 조용하다.
대통령실은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축하 메시지는커녕, 축하난도 전달하지 않고 있다. 여야대표 회담에 대해서도 ‘강 건너 불 구경’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국의 구도가 ‘여 대 야’에서 ‘의회 대 대통령실’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실과 갓 출범한 ‘이재명 2기’ 민주당이 시작부터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20일 오전까지 이 대표에게 윤 대통령의 당선 축하 난을 보내지 않은 상태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18일 끝났다.
이를 놓고 민주당과 주장도 엇갈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침부터 정무수석이 이재명 신임 대표에게 대통령 명의 축하 난을 전달하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답을 주지 않았다”며 “오늘은 일단 (전달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공보국은 언론 공지에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정무수석의 이 대표 예방 일자와 관련해 조율 중이었으며, 축하 난 전달과 관련해서는 어떤 대화도 나눈 바 없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가 전당대회 후 재차 요구한 ‘2차 영수회담’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19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식 요청한 양자 회담에 대해서는 “정해진 사항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불펀한 기류는 2년 전과 상반된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이재명의 민주당’과는 협치도 없을 것이라며 적대감을 보였다. 그러나 취임 첫 해인 2022년 8월 대표로 뽑힌 이 대표와 ‘3분 깜짝 통화’를 하며 만남을 기약하는가 하면 이진복 정무수석 편으로 축하난을 전달하며 “초당적 협력”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25일로 예정된 여야 대표 공식회담을 앞두고도 한동훈 대표 측과 별다른 소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20일 “이번 회담 결정을 앞두고 한 대표와 대통령실 사이에서 특별한 사전 의견교환이나 조율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준비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특검 등 여권의 공동대응이 필요한 현안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이를 놓고 윤 대통령이 의회와의 협치를 거두려는 수순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되는 대통령실 정무라인의 동향으로 판단컨데 용산은 '야당'이 아니라 '의회'와 협치할 의지가 없다”며 “대립구도가 ‘여 대 야’에서 ‘의회 대 용산’이 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의회를 주시하다가 수용할 수 있는 결론을 가져오면 통과시키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결론을 가져오면 거부권 후 정면돌파를 하겠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으로 보인다”며 “야당에 대해서만큼이나 여당에 대해서도 기대가 없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말한 대로 국회가 정상화돼가고 있는데 용산은 화답할 준비가 아직 안 된 것 같다”며 “대통령실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데 치중하다간 갈라파고스가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