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지역사회 차원의 범죄예방

2024-08-21 13:00:01 게재

범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수십 조원에 달하고 도시민의 삶도 위협받고 있다. 대검찰청 통계에 의하면 검거된 범죄자 열명 중 일곱명이 재범자이고, 교도소 출소자 네명 중 한명은 3년 이내에 다시 교도소에 복역한다고 한다.

범죄예방정책은 범죄자에 대한 정상화 과정을 거쳐 건전한 지역사회의 성원으로 살아가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사회안정을 지향한다. 나라마다 대처방식은 다르지만 선진국은 범죄자의 특성과 범죄유형을 잘 선별하여 지역사회 내에서 효과적으로 관리하도록 함으로써 범죄인이 건강한 시민의 일원으로 되돌아가도록 노력한다. 이러한 접근이 교도소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도 절감하고 재범을 예방하여 안전한 도시공간의 확보에도 기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통제위주의 범죄자 관리만으로 범죄예방에 한계

도시계획가들은 범죄행위의 감시에 맞추어 도시공간을 설계하기도 한다. 한편, 정부부처에 따라서는 치안시설이나 CC-TV 설치숫자를 도시안전도 평가기준으로 삼는다. 이러한 관점이 도시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에 반영되다 보니 지자체마다 예산을 들여 도시설계를 바꾸거나 보안시설을 확충하는 데 치중한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은 범인을 감시하고 검거하는 데는 유용한 측면이 있지만 범죄인을 변화시켜 재범을 막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범죄자가 건전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사회에 재통합되기 위해서는 많은 지원자원이 필요하다.

다양한 주체간의 협력도 모자랄 판인데 재범예방을 위한 노력이 일부 정부부처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문제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 흩어진 자원을 범죄예방을 위해 충분히 활용하고 있지 못하고, 범죄자 관리에 있어서도 지역사회의 역할은 경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통제위주의 정책에서 오는 한계이기도 하다. 선진국의 경우 범죄자 관리방식에서 처벌과 재활의 균형을 맞추려고 애쓰고 있다. 이러한 방식이 궁극적으로 범죄자의 사회복귀 및 지역사회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범죄예방정책과 관련하여 몇 가지 유념해야 할 부분이 지적될 수 있다.

처벌과 지원 병행, 정부 내 협력 강화, 지자체의 역할 제고 필요

첫째, 범죄자에 대한 처벌과 지원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을 비롯하여 특별한 여건에 있는 범죄자는 통제보다 재활에 중점을 두어야 재범방지에 더 효과가 있다고 지적한다. 재활이 말처럼 쉽지 않으므로 우리사회에 산재한 각종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하여 활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다양한 전문인력 활용이 괜찮은 대안이다.

둘째, 정부조직 내에서 협력을 활성화하여 재범방지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출소자사회정착지원정책(Prisoner Reentry Initiative)을 통해 노동부, 주택도시부, 법무부가 힘을 합해 출소자의 고용, 주거안정, 사회적응을 돕는다. 또한 출소자 사회통합을 위한 재기법(Second Chance Act, 2007)에 따라 정부는 예산지원을 하고 지자체는 재활을 돕는 유기적 협력방식도 취한다.

셋째, 시민을 위한 종합행정을 맡고 있는 지자체가 범죄자의 사회복귀업무의 중심적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스코틀랜드는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재범예방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범죄자 관리와 재활을 위해 지자체와 사법기관, 제3섹터, 지역주민들이 협력한다. 지역사회 안전을 도모하는 것은 지자체 본연의 책무라는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범죄로 인해 공동체가 무너지고 도시안전이 훼손된다면 시민의 삶의 질 또한 낮아진다. 결국 범죄자가 지역사회의 성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에 착안하면 재범예방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더 늘어나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범죄예방정책에 있어 지자체 및 지역사회의 역할이 더욱 강화되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가용자원도 유효적절하게 활용하여 더욱 밝고 살기 좋은 사회가 만들어지도록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유병권

서울시립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