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PF 정리계획안…사업성 평가결과와 다르게 ‘경공매 제외’ 많아
당국, 정리지침 ‘탄력 적용’ 제시하면서 한발 물러나자
다수 금융회사들 ‘경공매 보다는 재구조화’ 계획안 제출
금감원. 합리적 이유 안된다고 판단 ‘현장·서면점검’ 착수
금융회사들이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계획안을 제출했지만 금융당국은 경공매를 피하기 위한 사례가 많다고 판단해 대대적인 점검에 착수했다.
사업성 평가결과에 따라 경공매 대상으로 분류된 PF사업장을 경공매가 아닌 재구조화와 자율매각 등으로 변경해 ‘6개월 이내 정리’라는 방침을 피하기 위한 것인지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21일 금융감독원은 금융기관 9곳에 대한 현장점검과 함께 100여곳에 대한 서면점검을 시작했다. 현장점검 대상에는 저축은행 4곳과 증권사 3곳, 캐피탈사 1곳, 신협중앙회 등이 포함됐다.
금감원은 예상했던 것보다 강도가 낮은 수준의 정리계획안이 제출됨에 따라 집중 점검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2월까지 부실PF 사업장 정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에 따라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들이 정리계획안을 제출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이행을 완료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금융회사는 PF사업성 평가결과 ‘유의’ 등급을 받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재구조화와 자율매각 계획을, ‘부실우려’ 등급을 받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경공매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이 부실 사업장 정리계획안 작성을 위한 세부 지침을 별도로 만들어 전달하면서 PF사업장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은 ‘지침의 탄력적 설정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해설서를 다시 만들어 전달했다. 일률적이고 획일적 지침 적용이라는 금융회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다소 유연하게 적용하겠다며 한발 물러난 것이다.
다수의 금융회사들은 ‘탄력 적용’이라는 예외를 적극 활용해 경공매 대상으로 분류된 사업장의 정리 방안을 재구조화와 자율매각으로 전환해서 이행하겠다고 정리계획을 제출했다. 경공매 대상에서 제외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주로 다른 곳에서 자금을 끌어와 리파이낸싱할 수 있다거나 일부를 상각하는 등의 내용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감원은 그동안 연체가 계속된 부실 사업장에 대한 또 다른 투자계획 등이 과연 합리적이고 타당한지 살펴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PF사업장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사업성 평가결과는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이번 정리계획안은 금융당국의 입장과 차이가 컸다”며 “의견조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서면점검을 진행 중인 금융회사들로부터 경공매 대상에서 제외된 사업장 관련 답변서를 제출받은 이후 경영진 면담을 통해 상호 의견을 교환하고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금감원의 의견이 강제성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회사들로서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당초 제출했던 원안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
PF사업장 정리계획안이 확정되더라도 실제 이행 여부가 남아있다. 금융회사들이 계획안을 제출했지만 제대로 이행을 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매월 실적 점검을 통해 진행상황을 확인할 계획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내달부터 PF사업장 2차 사업성 평가를 진행한다. 1차 사업성 평가는 만기 연장 3회 이상, 연체 유예 사업장 등을 대상을 진행됐고, 2차 사업성 평가는 정상 사업장을 대상을 실시될 예정이다. 부실 사업장이 1차 평가에서 대부분 걸러진 만큼, 2차 평가에서는 경공매 대상으로 분류되는 사업장이 많지 않을 전망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3일 임원회의에서 “부실 PF사업장의 경공매 등 정리를 통해 부동산개발 사업이 정상화돼야 주택공급도 활성화될 수 있는 만큼, 부실사업장의 정리·재구조화 계획이 속도감 있게 이행되도록 점검을 강화하고, 9월 진행될 2차 사업성 평가도 엄정하게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