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연일 공수처 맹비판…미운걸까, 고마운걸까

2024-08-21 13:00:18 게재

(친한동훈계)

한 대표 측근들 “늑장·부실수사” “무능력 시인하고 해산”

특검 논의 진척 어려워…공수처에 책임 미루고 시간 벌어

공수처 관계자 “계획과 절차에 따라 최대한 열심히 수사”

친한(한동훈)이 연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을 맹비판하고 나섰다. ‘채 상병 사건’에 대해 ‘늑장수사’ ‘부실수사’를 한다는 주장이다.

최고위원회의서 발언하는 한동훈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친한은 공수처 수사가 늦어지는 바람에 여당 의원들의 ‘채 상병 특검법’ 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걸 답답해한다. 하지만 특검 논의가 늦어지는 데 대한 책임을 공수처에 떠넘길 수 있고, 당내 여론을 바꿀 시간을 버는 효과는 달가워하는 눈치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20일 “국민의힘은 채 상병 1주기를 앞두고 (공수처에)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며 “1주기로부터 한 달 이상이 지나도록 공식 발표는커녕 오히려 언론을 통해 찔끔찔끔 흘러나오는 공수처 수사 관련 기밀 내용, 진행 상황 등이 추측성 보도로 이어지며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등 수사를 하지 않고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총장은 “공수처는 더 이상 정쟁 빌미를 제공하지 말고 수사 종결을 하든지 아니면 무능력을 시인하고 해산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지호 전략부총장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나와 “공수처의 늑장·부실 수사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며 “공수처가 너무 느리고 편파적이다. 대통령 통화 기록을 뒤진 것도 헌정사상 초유인 것 같은데, 이걸 특정 언론에 흘렸다”고 지적했다.

앞서 장동혁 최고위원은 19일 “공수처는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하고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하기를 촉구한다”며 “결론은 내지 않고 정치 놀음만 하는 것이라면, 공수처는 당장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언론에 수사 상황을 찔끔찔끔 흘리며 간 보기 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며 “이제는 결과를 내놓으라”고 공수처를 겨냥했다.

친한은 공수처 수사 결과가 늦어지는 바람에 한 대표가 제기한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제3자 특검법) 논의도 속도를 내지 못한다고 본다.

친한 인사는 20일 “의원들은 공수처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특검법 논의를 하자는 기류”라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의원들에게 특검법 논의를 하자고 해도 먹히지를 않는다”고 전했다. 공수처 수사가 늦어지는 바람에 한 대표가 약속한 ‘제3자 특검법’을 공론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다.

친한에서는 채 상병 특검법 논의가 차일피일 미뤄지는데 대한 책임을 공수처로 미룰 수 있다는 점은 내심 반기는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연일 한 대표를 향해 “특검법 논의에 속도를 내자”고 압박한다. 친한은 공수처 수사가 늦어지면서 대통령실과 친윤의 특검 반대 여론을 설득할 시간도 얻게 됐다. 한 대표는 의원들과 원외인사들을 잇따라 만나 특검 사전정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친한이 공수처를 집중 공격하면서 공수처 수사에 불만이 큰 대통령실·친윤의 심기를 달래는 효과도 기대하는 눈치다.

공수처 관계자는 친한의 공세에 대해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며 “계획과 절차에 따라 최대한 열심히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엄경용 구본홍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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