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이지훈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2024-08-21 15:49:35 게재

열정 뿜뿜 영상 제작, 액션 자기 주도 탐구, OK

가장 해로운 해충은 ‘대충’이라고 했던가. 직접 만든 영상을 사람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뿌듯한 일이 없었다. 교내에 영상 동아리를 만들고 내친김에 친구들을 위한 강의까지 준비했다. 뭘 ‘대충’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학교 활동 외엔 오로지 내신에 집중했다. 비교과 활동과 교과 활동의 디졸브(두 장면을 겹치며 전환하는 편집 기법)가 이토록 자연스러운 건 지훈씨의 탁월한 자기 주도적 태도 때문일 테다.

이지훈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경기 이의고)

이지훈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경기 이의고)

사진 이의종

모두 함께 참여하는 영상 동아리

시작은 지훈씨가 직접 만든 영상 편집부였다. 그가 영상을 잘 만든다는 소문이 나면서 교내 행사 영상까지 도맡았다.

“교내에 영상 동아리가 없더라고요. 영상에 관심 있는 친구를 모아 모바일 편집 프로그램 ‘키네마스터’ 사용법도 알려주고 과제도 할당했죠. 처음에는 자막도 제대로 넣지 못하던 친구들이 학기말에는 일취월장했어요. 고2 때는 숏 드라마 기획부터 촬영 및 편집도 했어요. 친구들에게 카메라 앵글, 워킹, 숏의 분류 등 연출의 기초를 알려주기 위해 영화 전문 서적을 독학했죠. 덕분에 영상에 관한 기초 지식을 쌓을 수 있었어요.”

영상 편집부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유쾌한 분위기’와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함께’ 하는 것이었다. 작업할 때도 친구들의 의견을 존중해 각자 원하는 파트로 분배했다.

“긴장되고 억압된 분위기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렵거든요. 유쾌한 분위기에서는 생각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어요. 계속해서 소통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확률이 높아지고 결과물도 점점 좋아지죠.”

촬영·기획·편집 중 어느 분야에도 도전하지 못하던 친구에게는 영상에 대한 피드백을 부탁했다. 그는 기획하고 콘티를 만든 친구와 의견을 나눌 때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짚어줬고 수정을 거듭하면서 영상의 완성도는 점점 높아졌다. 피드백을 해준 친구는 자신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면서 자신감을 얻어 나중엔 엑스트라로 활약했다.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만든 영상을 공개했을 때 친구들의 반응이 좋아서 아주 뿌듯했다고.

콘텐츠를 다방면으로 탐구했던 수업 시간

탐구 보고서는 호기심이 많은 지훈씨에게 안성맞춤인 활동이었다. 관심 분야에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매력이었다. 친구들에게 쉽게 풀어 설명해야 했기 때문에 내용을 완벽하게 숙지했다.

<언어와 매체> 수업에서 가상 플랫폼 ‘VR chat’을 탐구했던 일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가상현실 게임 플랫폼은 표정, 몸짓 같은 비언어 소통이 가능하며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매체보다 뛰어나다는 결과를 탐구 보고서에 담아냈다.

“가상현실 콘텐츠는 메타버스를 문화에 적용한 사례거든요. 모의고사와 수능 국어에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지문이 나오지만 가상현실 플랫폼을 다룬 지문은 없더라고요. 가상현실 플랫폼이 매체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했어요. 가상현실 게임 플랫폼인 ‘VR chat’이 매체의 특성을 얼마나 갖췄는지 확인하고 이를 활용해 지문도 만들었어요.”

<심화영어독해> 수업에서 진행했던 ‘인어공주의 흥행 실패 요인 분석’은 ‘성공한 영화의 후속작이나 리메이크 작품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영어 지문에서 시작됐다. 애니메이션이 성공한 후 많은 사람이 기대했던 <인어공주> 실사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이유가 궁금했다.

“한국과 미국의 반응을 분석해 흥행 실패 요인을 도출했어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을 지향하며 인어공주 역에 원작과 다른 인종의 배우를 캐스팅했지만 인어공주 아버지 역에는 기존대로 백인을 기용해 제작 의도와 캐스팅이 일관되지 못했어요. 영화 캐릭터를 지나치게 실사화해 몰입을 떨어뜨리기도 했고요. 나름의 분석으로 탐구 보고서에서 다양한 실패 요인을 지적했어요.”

사교육 도움 없이 학교 수업과 활동만으로 대학 진학

지훈씨는 고2 때 학생회 미디어소통부 부장으로 활동하면서 홍보물을 제작해 교내 SNS 팔로워 수를 3배 이상 늘렸다. 고3 때는 6개 선택 과목의 소개 영상 제작을 맡아 한동안 영상 편집만 했다. 영상을 만들 때는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를 좋아할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고심 끝에 콘텐츠는 분야를 넘어 서로 연결돼 있으며 대중에게 통하는 문화 코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문화콘텐츠학과로 진로를 정했다.

대입 지원은 열정 넘치는 학교생활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선택했지만 지난 입시의 합격선을 확인해보니 교과 성적으로는 합격이 어려울 것 같아 불안하기도 했다.

“재수까지 염두에 뒀지만 오히려 선생님은 내신 산출 등급은 낮지만 원점수가 높고, 여러 가지 학교생활이 학생부에 잘 녹아 있다면서 합격을 장담하셨어요. 학생회 활동을 줄이고 내신에 더 집중했어야 했나 싶었지만 매순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었어요. 저는 주어진 일을 대강 할 수 없는 사람이더라고요. 모든 활동에 정성을 다하느라 매우 바빴지만 해야 할 일이 끝나면 바로 시험 공부에 집중했어요. 덕분에 정말 바랐던 학교에 올 수 있었습니다.”

지훈씨는 사교육을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학교 수업이 전부였기 때문에 선생님 말씀이나 칠판 필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수업 시간에 최대한 집중했다. 여러 교내 활동과 시험 일정도 꼼꼼하게 조율했다. 이런 주도적인 학습 태도는 대학 생활에서도 도움이 됐다.

“흥미 분야를 집중 탐구해 보고서를 쓰고 영상 제작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던 건 자기 주도적인 학습이 몸에 배인 덕분이에요. 대학에서도 활동이 많은데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전혀 힘들지 않아요. 고등학교 때의 고군분투가 대학에 와서 빛을 발하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취재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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