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비축·소비촉진으로 쌀값 회복되나
산지쌀값 10개월째 하락, 15일 기준 17만원선 … 수확기 앞두고 쌀농민 반발 극심
산지 쌀값이 10개월째 하락세다. 수확기를 앞두고 쌀값이 회복되지 않으면 2024년산 쌀 수매가격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부는 쌀값이 하락하자 공공비축과 소비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인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쌀 가격이 오를 때는 대대적으로 할인행사를 하는 등 보여주기식 대책만 반복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2일 통계청 쌀값 통계에 따르면 산지 쌀값은 15일 기준 20㎏에 4만4435원(80kg 기준 17만7740원)으로 열흘 전보다 184원 내렸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 수확기였던 10월 5일 기록한 20kg당 5만4388원(80kg 기준 21만7352원) 이후 10개월 연속 내려 18% 하락했다.
정부가 쌀값 20만원 보장을 약속했지만 생산량 증가에 따라 수요공급 균형이 무너져 회복이 어려운 상황까지 치달았다. 통상 7~9월 단경기에는 재고가 줄어 쌀값이 오르는 시기다. 이 시기에 형성된 쌀값이 10월이후 수확기 쌀값을 결정한다.
하지만 올해 7~9월 쌀값이 바닥을 치면서 2024년산 수확기 쌀값도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부는 올해 재고가 많고 쌀 소비가 줄어 가격이 하락하는 ‘역계절 진폭’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확기(10~12월) 쌀값은 2021년 평균 21만원대, 2022년은 18만원대를 형성됐다. 2023년에는 다시 20만원대를 유지하다 올해들어 쌀값이 연속 하락하고 있다. 이 상태라면 2020년대에 가장 낮은 수확기 쌀값을 기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다음달 초 올해 쌀 수확기 대책을 발표하고 완충 물량을 도입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정부 대책에 따라 쌀값이 20만원선을 회복할지 관심이다. 지난해에도 산지쌀값이 하락하자 수확기를 앞두고 정부가 쌀 시장격리 조치 등을 취해 수매 시기에 쌀값을 지지하기도 했다.
쌀 완충 물량은 수확기 전에 쌀 일부를 밥쌀이 아닌 주정이나 사료 등 용도로 쓸 물량을 미리 지정하는 제도로 올해 처음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이를 통해 밥쌀용 쌀이 과잉 공급되는 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계청 쌀 생산량 조사와 농촌진흥청의 생육상황 조사 결과를 보고 완충 물량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또 현재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지난해 생산 쌀 가운데 5만톤을 정부가 사들이는 등 공공비축도 확대한다. 농협중앙회에서는 10만톤 규모 쌀 소비 계획도 추진한다.
하지만 정부의 뒤늦은 대책에 농민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역에서는 벼 수확기를 앞두고 쌀값이 떨어지는 데 항의하며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들이 논을 갈아엎는 시위를 하고 있다.
전남과 전북지역 농민들은 19일과 20일 ‘논 갈아엎기 투쟁’을 열고 “정부는 시장격리 20만톤을 즉각 시행하고 쌀 수입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