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토 뚫린 러시아에 드론 공격까지
우크라, 지상군 급습 이은 후속타 … 러시아 “서방의 지원없인 불가능”
우크라이나 지상군으로부터 기습적인 본토 공격을 허용했던 러시아가 이번에는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드론 공격에 노출됐다. 남서부 접경지에서는 지상군 공격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상당수 지역이 드론 위협에 노출되는 이중위협을 받은 셈이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이날 새벽 텔레그램에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 지역에 드론 공격을 가했다. 드론을 이용한 공격 중 규모가 가장 크다”고 밝혔다.
소뱌닌 시장은 초기 조사에선 인적·물적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드론 11대가 도심 상공에서 러시아 방공부대에 요격됐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이번 드론 공격 규모가 지난해 5월보다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당시 모스크바 상공에서는 최소 8대의 드론이 요격됐다.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은 러시아 여러 지역을 동시다발로 겨냥한 대대적 공격의 일부로 보인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서부 브랸스크에서 23대,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서부 벨고로드에서 6대, 모스크바 남부에 있는 칼루가에서 3대, 우크라이나군과 전투가 진행 중인 쿠르스크에서 2대의 드론을 각각 요격했다고 밝혔다. 또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200㎞ 떨어진 툴라에서도 드론 2대가 파괴됐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에는 최북서단 무르만스크에서 드론의 위협에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안드레이 치비스 무르만스크 주지사가 텔레그램에서 밝혔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이 도시의 무르만스크 공항과 아파티티 공항이 안전 문제로 운영이 일시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중 공격을 강화하면서 그 이유로 러시아의 전쟁 기반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 6일 러시아 접경지 쿠르스크를 급습해 2주째 전투를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은 20일까지 93개 주거지역을 포함해 1263㎢(서울의 2배)의 영토를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당국은 구체적 공방의 내용과 피해 등에 대해서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본토 공격에 대해 러시아는 서방의 지원과 협조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서방 정보기관의 개입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미국과 영국, 다른 나토 국가, 무엇보다도 이 앵글로·색슨 듀오(미국과 영국)는 우크라이나 정권에 영감을 주고 물질적 지원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그들은 말 그대로 우크라이나 정권이 러시아 내부를 겨냥하는 것을 돕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이 서방의 지원 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그들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침공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본토 공격을 시작한 이후에도 러시아 영토에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며 개입을 부인했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이날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지난 5월 우크라이나 북부 국경지대에서 방어 목적으로 ATACMS를 제외한 미국 지원 무기의 사용을 허가했고 우크라이나는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몰도바 키시너우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가 이번 군사작전을 피드백 없이 매우 비밀리에 준비했다”며 사전 협의가 없었음을 시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공격에 자국산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를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이달 말 쿠르스크 원전을 방문할 준비가 됐다고 확인했다면서 “러시아 원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도발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해하면 IAEA는 자포리자와 쿠르스크 원전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