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쌍특검 요구…‘국민 눈높이’ 내건 한동훈 부담도 커져
검찰 ‘명품백 수사’ 무혐의 결론내자 야권 “특검 필요성 입증”
채 상병 1주기 넘도록 진상규명 ‘감감’ … “제3자 특검법 합의”
당심·친윤 반대에 한 대표 ‘주춤’ … 관철 못하면 정치적 위기
서울중앙지검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수사를 무혐의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김 여사 특검’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지난달 순직 1주기를 넘긴 채 상병 사건에 대해서도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쌍특검 요구가 잇따르는 것이다. 쌍특검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막혀 있다. 평소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선택이 주목받는 대목이다.
◆국회의장도 특검법 촉구 = 21일 검찰이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지자, 야권에서는 특검 요구가 잇따랐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검찰이 명품백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다면, 이는 특검의 필요성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 검찰이 애완견처럼 구니까, 특검이 제대로 수사하게 만들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사건은 지난달 19일 채 상병 순직 1주기를 넘기도록 진상규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1일 “국회가 나서서 (채 상병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게 국민적 합의다. 이대로 넘어가기는 어려우니 여야가 합의해서 방안을 찾는 게 제일 좋다”며 한 대표가 제기한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으로 여야가 합의하라고 주문했다.
◆여론은 쌍특검 찬성 = 쌍특검에 대한 요구가 높지만, 쌍특검 입법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108석을 가진 여당이 이를 뒷받침해주는 구도에서 쌍특검이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한 대표의 선택이 주목 받고 있다. 평소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온 한 대표가 여론을 앞세워 쌍특검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취한다면 쌍특검 정국이 극적 반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채 상병 특검법’은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6월 25~27일, 전화면접,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채 상병 특검법’ 찬성은 63%였다. 반대는 26%에 그쳤다. ‘김 여사 특검법’도 마찬가지다. 쿠키뉴스-한길리서치 조사(6월 8~10일, 전화면접+ARS)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만 필요하다’ 47.0%, ‘김건희·김정숙 여사 특검 모두 필요하다’ 18.5%, ‘김정숙 여사 특검만 필요하다’ 17.2%, ‘특검은 불필요하다’ 14.0%로 나타났다.
한 대표는 쌍특검에 대해서도 ‘국민 눈높이’를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지난 6월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부·여당은 채 상병 사건과 관련)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어드릴 기회를 실기했고, 이 시점에서 국민의힘은 특검을 반대할 수 없다”며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제시했다. 정부·여당이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만큼 ‘채 상병 특검’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대표는 김 여사 명품백 의혹에 대해서도 “국민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검찰이 김 여사를 방문조사한 데 대해선 “검찰이 수사 방식을 정하는 데 더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당 지지층은 특검 반대 = 평소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온 한 대표가 쌍특검에 전향적 입장을 내놓는다면 쌍특검 논의는 속도를 낼 수 있다. 하지만 한 대표는 당심이 ‘국민 눈높이’와 다르다는 점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전언이다. 앞서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반대(53%)가 과반을 넘겼다. 찬성은 34%에 그쳤다. 대통령실과 주류 친윤은 당심을 앞세워 ‘채 상병 특검법’을 강하게 반대한다.
한 대표가 ‘국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선 당심을 설득하고, 대통령실·친윤을 넘어서야 할 상황이다. 정치 초보인 한 대표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친한 인사는 22일 “여권은 그동안 국민이 바라보는 방향을 보지 않고, 반대만 쳐다보다가 위기를 불렀다. 한 대표는 국민과 같은 방향을 바라볼 것이다. 특검법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한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 관철을 일부러 피하거나 관철에 실패한다면 정치적 위기를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