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공화국 시절 고 김용태 전 의원이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의 강요로 국회의원직은 물론 재산마저 내놓은 사실이 확인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김 전 의원과 동생 김 모씨가 합수부에 의해 불법구금되는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고 22일 밝혔다.

김 전 의원은 민간인 신분으로 1961년 5·16 군사쿠테타에 참여했다. 1963년 6대 국회를 시작으로 10대까지 내리 5선 의원을 지냈다. 국회에서는 운영위원장을, 공화당에서는 원내총무까지 지냈다. 1978년에는 2무임소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무임소장관은 이후 정무장관, 특임장관 등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폐지됐다. 당시 2무임소장관은 여당인 민주공화당 당무를 맡기도 했다.

하지만 1980년 신군부가 등장하면서 실세였던 김 전 의원 상황이 달라졌다. 신군부는 부정부패 척결을 내걸고 1980년 5월 31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했다. 1980년 7월 17일 계엄사령부 합수부가 김 전 의원을 강제 연행해 불법구금했다. 며칠 뒤에는 골재채취사업을 하고 있던 김 전 의원의 동생도 강제연행했다.

합수부가 부정축재 및 개인비리 조사 명목으로 김 전 의원 형제를 수사하자 형제는 재산헌납기부서를 내놨고, 김 전 의원은 국회의원직 사퇴서까지 제출했다. 그들은 38~46일 만에 풀려날 수 있었다. 이후 김 전 의원은 1987년까지 정치규제를 받았다. 나중에 신민주공화당과 자유민주연합 고문 등을 지냈지만 정치에는 거리를 뒀다.

진실위는 “국가가 강압으로 국회의원직 사퇴서를 받은 것은 의사결정 자유 및 공무담임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사유재산을 받아낸 것과 관련해서도 “강압으로 얻은 서류를 토대로 재산에 대해 소유권이전 등 절차를 이행한 것은 의사결정의 자유 및 재산권을 침해한것”이라고 판단했다.

진실위는 국가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피해·명예를 회복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게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