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여야 대표회담 연기…형식·의제 놓고 신경전만

2024-08-22 13:00:09 게재

25일 회담 앞두고 이 대표 코로나 확진·실무협의도 진통

여당 “새정치 말하며 생중계 거부 이상 … 이 대표도 공개 주장”

야당 “여권 설득 자신없어 쇼하나, 성과 내는 회담돼야”

25일로 예정된 국민의힘 한동훈·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식회담이 연기됐다. 형식과 의제를 논의할 실무협상이 난항을 겪던 중에 이재명 대표가 코로나 양성판정으로 22일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표면상 이 대표 일정으로 회담이 연기됐지만 내부적으론 실무협의가 진통을 겪으면서 회담 불발 우려까지 나오던 상황이었다. 여야 지도부 개편 후 처음 성사된 대표회담에 대한 여야의 각기 다른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협의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시간을 번 여야가 당초 취지대로 민생·정치복원 회담의 논의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포럼 ‘격랑의 한반도,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에서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측에서 일요일로 약속했던 대표회담을 연기할 수 밖에 없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22일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아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이날로 예정된 경남 봉하·양산 방문을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첫 공식 대표회담을 앞두고 실무협의가 공전을 거듭하던 상황에서 이 대표 코로나 확진으로 대표회담 자체가 순연된 것이다. 한 대표는 “시간이 더 생긴 만큼 더 충실하게 준비해서 민생을 위한 회담, 정치복원을 위한 회담, 정쟁중단 선언하는 회담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면서 “오로지 민생을 생각하며 협력하고 정치를 복원할 생각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코로나 변수가 등장했지만 여야 대표회담 준비는 사흘째 진척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민주당 실무협상 창구인 이해식 대표 비서실장은 22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일정이 서로 안 맞아서 못 만났는데 23일이 거의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5일 회담에 전격적으로 합의한 후 진전없는 공방을 주고 받는 사이 사전 실무협상을 위한 시한이 촉박해진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8일 전당대회 대표 수락연설을 통해 한동훈 대표와 회담을 제안하며 △채 상병 특검법 △민생현안 △지구당 제도 개편 등을 논의하자고 했다. 한동훈 대표가 ‘민생을 위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갖자’며 회담을 수용하면서 25일 대표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이후 양측의 실무협의를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회담 전체 생중계’를 제안하면서 협의 창구간 대화가 끊겼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향해 “의제보다는 형식에 집중하면서 회담 성과보다 보여주기 정치쇼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다.

민주당은 ‘성과를 내는 회담’을 강조하고 있다. 이해식 대표 비서실장은 “회담 생중계는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이뤄질 것인데 양쪽의 입장은 국민들이 이미 알고 있다”면서 “만나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성과를 내서 민생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협의에서 충분히 조율한 후 대표회담에서 중요 결정을 내리는 기존의 정치회담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22일 “의제가 정해지면 그에 맞는 형식은 자연스럽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제보다 형식에 집착하는 것은 결국 대표회담 결과를 갖고 여당 의원들과 대통령실의 동의를 구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만 키울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가장 중요한 의제가 채 상병 특검법인데 한 대표가 당·용산 대통령실과 조율없이 무슨 결정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내부 교통정리가 전혀 안돼 있으니 결국 자신의 기존 입장만 강조하는 것을 생중계로 보여주겠다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한동훈 대표는 대표 회담 생중계에 대해 여전히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한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간첩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 입법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여야 대표가 대화하는 것을 보는 것이 불쾌할 일은 아닐 것 같다”며 “민주당도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여야 대표의) 논의 과정과 어떻게 사안들을 보고 있는지에 대해 국민들이 보는 것이 불쾌할 일도 아니고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생중계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여전히 회담 의지는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생중계를) 받지 않을 것 같다”면서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양당 대표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으니 회담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곽규택 수석대변인은 21일 논평에서 지난해 이재명 대표가 여야 대표간 공개 정책대화를 주장했던 것을 들며 “작년 이재명 대표와 올해 이재명 대표가 다른 사람인가”라고 되물었다.

민주당은 대표 회담의 의제에 집중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새로운 형식을 강조하면서 서로 부딪히는 형국이다. 회담 자체가 순연되면서 실무협의의 시간은 벌었지만 기존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진통을 반복할 공산이 크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여야 대표회담은 옳고 그른 것을 가리는 자리가 아니라 민생과제와 정치현안에 대한 합의와 성과를 내는 자리”라며 “채 상병 특검법·금투세 문제·민생회복 방안 등 3가지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안이라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이재명 대표나 한동훈 대표 모두 정치적 실적이 필요한 회담이지만 특히 한 대표는 여당 대표로 취임 한 후 능력과 리더십을 공개적으로 평가 받는 자리여서 실익을 따진다면 한 대표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명환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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