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없는 돼지열병, 전파되면 떼죽음
차단 위주 방역 변화 필요 … 백신 개발 속도내지만 한계, 안전성 담보 제도장치 필요
여름 폭염에 가축질병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북지역 돼지농장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최근 4건 발생하는 등 확산세가 커지고 있다.
ASF는 한번 발생하면 발생농장은 물론 인근 농장 사육돼지까지 살처분 해야 하는 등 피해가 크지만 백신이 없어 방역당국은 확산차단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중수본)는 ASF 방역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26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충북과 경남 일부 시군에서 방역 관리 실태를 점검한다고 23일 전했다.
ASF는 6월부터 경북 소재 양돈농장에서만 네건 발생했다. 중수본은 경북과 인접한 충북, 경남의 양돈농장에서도 ASF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해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ASF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출혈성 돼지 전염병으로 이병률이 높고 급성형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른다. 백신이 없어 한번 발생하면 양돈산업에 엄청난 피해를 주고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ASF는 백신이 없어 매년 발생과 확산, 차단이 반복되고 있다. 구제역 등 백신개발로 가축질병 위험성이 낮아진 것과 비교된다. 특히 한번 발생하면 폐사율이 높은데다 전파율도 높아 인근 사육돼지를 모두 살처분하는 등의 피해가 큰 질병이다.
국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지 만 5년이 다 돼 가지만 농가에선 차단방역 외에는 뾰족한 해법이 없자 ASF 백신 개발을 보다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ASF는 국내 유입 이후 현재까지 양돈농가에선 모두 44건이 발생했다. 특히 전국적으로 야생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 양성 개체수가 모두 4100여 건에 달하고 여전히 발생이 진행중이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젠 농장의 차단방역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한한돈협회는 지난달 오송&세종컨퍼런스회의실에서 ‘ASF 백신 개발 진행 사항 점검 회의’를 열고 백신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날 회의에서 코미팜, 케어사이드, 중앙백신연구소가 ASF 백신 개발 추진현황을 발표하기도 했다.
발표에 따르면 백신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업체 3곳과 학계, 정부 모두 생독백신의 한계점을 들어 안전성 확보가 선행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SF 바이러스에 대한 안전성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제안이다.
조호성 전북대 교수는 “지금 당장 사용할 백신을 만들자는 게 아니라 최소한 미국이 베트남에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 것처럼 백신이 필요한 나라에서 우리가 실험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안전성 확보를 위해 생물안전3등급(BL3)에서 실험해야 된다고는 하지만 어느 순간 시드가 확정되면 생물안전2등급(BL2)으로 가는 게 맞고 이에 대한 합의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