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 붙은 충남 청양 지천댐 논란
1991년 이후 네번째 마찰
규제·실효성·환경 등 쟁점
충남 청양군이 12년 만에 또 다시 들끓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청양 지천댐 건설 때문이다.
23일 충남도 등에 따르면 충남도는 오는 26일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청양을 방문하고 환경부는 27일 청양을 찾아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반면 댐 건설에 반대하는 청양군민으로 이뤄진 ‘지천댐 반대 대책위원회’(대책위)는 대대적인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22일에도 댐 건설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충남도청에서 김태흠 지사를 만나 피해보상 등을 요구한 반면 댐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5일장이 열린 청양시장에서 집회와 선전전을 펼쳤다.
지천댐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30년 넘게 10년 단위로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지방하천인 지천 중하류 지점에 지천댐 건설을 1991년, 1999년, 2012년 시도했지만 번번이 주민들의 반대로 실패했다. 이번이 네번째다.
정부와 충남도는 이번 지천댐 건설추진을 충남 서부지역의 가뭄과 부여·청양 등의 홍수를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충남 서부지역은 인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보령댐만으로 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이 지역은 2015~2017년 심각한 가뭄을 겪었고 2017년엔 제한급수를 시행하기까지 했다. 또 2020년대 들어선 부여와 청양이 반복적으로 홍수피해를 입고 있다.
현재 쟁점은 크게 네가지다.
우선 실효성 논란이다. 정부와 충남도는 댐을 건설하면 홍수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책위는 홍수는 지천이 흘러들어가는 금강의 수위가 높아져서 발생하기 때문에 댐을 건설할 경우 오히려 댐 하류의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서부지역 물 부족 문제도 인구가 많은 시·군이 아니라 인구가 가장 적은 청양군 3만명이 희생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두번째는 안개로 인한 피해여부다. 대책위는 댐을 건설할 경우 안개 등이 급격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일조량 부족으로 농작물 결실이 불량해져 농업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축산농가의 가축질병, 주민 호흡기 질환 등도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번째는 환경파괴 여부다. 대책위는 댐이 건설될 경우 지천에 살고 있는 천연기념물 미호종개와 멸종위기 1급 흰수마자 등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지천댐 건설 추진위원회 등 찬성하는 주민들은 오히려 생활 오폐수 유입으로 지천 환경파괴가 이미 심각한 만큼 오히려 이번 사업으로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여부다. 현재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지천댐 상류에는 청양읍이 위치해 있다. 청양읍 등이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일 경우 막대한 재산상 피해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현재 정부는 상수원보호구역을 지정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대책위는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주장은 팽팽하다. 김명숙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전국 어디에도 다목적댐 건설로 인구가 증가하고 농림축산업이 발전한 곳은 없다”며 “지천댐 건설은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주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상수원 보호구역 등 규제는 없다”면서 “더 이상 가뭄과 홍수가 교차하는 이 지역 문제를 그대로 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