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은 무혐의,‘도이치’의혹은?
내달 12일 권오수 전 회장 항소심 선고 후 김건희 여사 처분 결정할 듯
‘전주’ 손 모씨 ‘방조’ 혐의 결과 주목 … 검찰 “필요한 수사 진행 중”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김 여사에게 제기된 또 다른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조사를 마쳤지만 김 여사 처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이원석 검찰총장 임기 내 결론을 내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전날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관련 김 여사에게 혐의점이 없다고 이 총장에게 보고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에게서 명품가방을 받은 것은 맞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없고 청탁 대가가 아닌 단순 선물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변수는 수사심의위원회 개최 여부다. 검찰수사심의위는 검찰 수사의 절차와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기구다. 외부 전문가들이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계속 여부,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과 적법성 등을 심의한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의혹 수사 과정에서 ‘황제조사’, ‘총장패싱’ 등의 논란이 불거졌던 만큼 이 총장이 직권으로 수사심의위를 소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점도 수심위 소집 가능성에 무게를 싣게 한다.
반면 임기를 20여일 앞두고 수심위를 소집해도 실익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수사팀의 수사결과를 수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총장은 ‘임기 내 김 여사 사건을 마무하고 싶다’는 의견을 주변에 피력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심위를 소집하면 임기 내 처리가 불투명해진다. 수심위 참여위원을 선정하고 소집하는 절차를 고려하면 아무리 빨라도 열흘, 통상 2주는 걸리는 데다 수심위가 내린 결론을 수용할지 검토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한 탓이다. 수심위의 결론은 권고적 효력을 갖는데 수사팀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구속력을 갖는 것도 아니다. 이 총장의 임기는 다음달 15일까지인데 추석 연휴로 사실상 13일 끝난다.
이 지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이 총장은 이날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수심위 소집과 관련해서는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아도 김 여사의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된 의혹으로도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이 의혹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일당이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 김 여사와 그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관여했다고 의심받는 사건이다. 권 전 회장 등은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1심 재판부는 김 여사의 계좌 최소 3개와 최씨의 계좌 1개가 시세조종에 활용됐다고 봤다.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를 미뤄오다 지난달 20일 명품가방 수수의혹과 함께 비공개로 조사한 바 있다.
권 전 회장 등에 대한 재판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으로 다음달 12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는 김 여사처럼 전주로 참여한 손 모씨에 대한 선고도 내려질 예정이다. 손씨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공소장을 변경해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또 김 여사를 비롯한 나머지 전주들에게도 혐의가 있는지 사실상 전수조사를 진행해왔다.
이에 따라 검찰이 손씨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 결과를 지켜본 뒤 김 여사에 대한 기소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다만 검찰은 항소심 결과가 나와야만 김 여사에 대한 처분 결정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꼭 항소심 결과를 보고 판단한다, 아니다를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며 “필요한 수사를 진행하고 수사를 마치면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