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합의 실패…‘진료지원간호사 양성화’ 난항
간호-조무사 등 갈등 수두룩
정부 전공의 대체 계획 난항
민주당 “급하지 않다 … 꼼꼼히”
여야가 간호법 합의에 실패했다. 정부가 가져온 간호법안에 야당이 손사래를 쳤다. 이해관계자들의 갈등 해소나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거대양당 원내대표들이 이달말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던 시도도 같이 무산됐다. 9월 이후로 논의 시점을 넘긴 이 법안 처리 시기는 더욱 불확실해졌다. 현재 거대양당은 지지세력인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대리전을 치르는 양상으로 대치하고 있다. 여기에 의사협회의 강력한 반대, 간호사 내에서의 일반간호사와 전문간호사간 미묘한 세 대결, 의료기사들과의 업무 범위 설정을 비롯해 ‘간호법이냐, 간호사법이냐’는 등의 명칭문제까지 겹쳐 있다는 게 야당의 설명이다. 진료지원(PA)간호사의 양성 방법, 자격 기준 등 세부 계획에 대한 이견이 오히려 ‘부수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많은 쟁점이 남아있는 셈이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에 따르면 전날 열린 법안소위에서는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정부안(보건복지부안)을 놓고 논의했다. 정부는 진료지원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별도 규정으로 만들어왔다.
이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의 간호법 제정안과 유사하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이수진,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대표발의안 제정안과는 거리가 있는 수정안이다.
회의 이후 조원준 민주당 보건복지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정부여당의 간호사법이 규정하고 있는 PA 간호사 업무범위 별도 규정에 대해 심사위원(의원)간 의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추가로 숙성된 조항이 마련돼야 한다는 판단으로 간호법 제정안의 계속심사가 결정됐다”고 했다.
복지부는 약사회나 대한의사협회 등의 반대를 고려해 수정의견으로 ‘간호사가 의료법에도 불구하고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환자 진료 및 치료행위에 관한 의사 판단이 있을 때 의사의 일반적 지도와 위임에 근거해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고 의료기사 반발을 막기 위해서는 진료지원간호사 업무에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업무는 제외하는 것’을 명시했다. 의료기사만 수행할 수 있는 업무와 PA 간호사 업무가 중복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PA자격 기준을 ‘전문간호사 자격증을 소지했거나, 복지부령으로 정한 임상경력을 갖추고 교육과정을 이수했을 때’로 규정하고 PA 업무의 구체적인 범위와 한계를 전문간호사 자격 보유 여부, 임상경력, 교육과정 이수 등을 고려해 시행령(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소위 위원인 이개호 의원은 “간호법의 쟁점이 많고 이해관계가 매우 첨예해 하루만에 논의해 합의점을 찾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고 논의할 수 있는 시간도 부족했다”면서 “9월에도 논의는 하겠지만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자리를 PA간호사로 보강하려던 정부의 계획은 자칫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간호법 제정이 상당히 지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PA간호사 문제보다 국민의힘에서는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폐지’ 조항을 더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고 민주당은 ‘수용 불가’ 입장이 명확해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주요 지지세력인데 어느 한쪽에서 양보할 수 있을까”라면서 “큰 선거가 눈앞에 있지도 않은 상황이라 민주당 입장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어 꼼꼼히 챙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전공의 빈자리를 PA간호사로 채우려는 의지가 강한데 국민의힘과는 다소 중점 사안이 다른 것 같다”며 “간호법을 빨리 통과시키려면 그만큼 정부와 여당이 양보할 자세가 돼 있어야 할 것이다. 쉽게 통과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