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계 “김 여사 사과해야” 한목소리…여론비판 탈출구 될까
‘명품백 무혐의’에 한 대표 “팩트와 법리에 맞는 판단”
“국민 눈높이 강조하더니 용산 앞에 작아지나” 비판
“김 여사 정치적 책임 남아 … 공개적으로 직접 사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강조해 온 ‘국민 눈높이’가 한 대표를 옥죄고 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무혐의 결론에 대한 한 대표의 일성을 놓고 그동안 강조하던 ‘국민 눈높이’는 어디에 내팽개쳤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여론 비판을 의식한 듯 친한동훈 인사들은 김 여사의 사과를 연이틀 주문하며 탈출구를 모색하고 나섰다.
한 대표는 지난 21일 김 여사 사건 무혐의 처분에 대해 “팩트와 법리에 맞게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월 “국민이 걱정할 부분이 있다”고 비판해 대통령실로부터 비상대책위원장직 사퇴를 요구받는가 하면, 검찰이 김 여사를 출장조사한 데 대해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말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뒤로 물러선 모양새다.
야당에선 달라진 한 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2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대표가 전에는 국민 눈높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는데 (중략) 이제 와서는 수사 방식은 이상하지만 결론은 맞다(고 하고 있다)”면서 “좀 이상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도 같은 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대표의) 화법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면서 “본인이 동의하거나 딴지를 걸기 어려운 결과가 나오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것(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내 인사는 “취임 한달이 됐지만 용산 눈치 보는 모습만 부각되고 있다”면서 “당정갈등을 관리하려다가 한동훈 색깔이 다 뭉개질 판”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측도 최근 김 여사 건은 물론 채 상병 이슈 등에서도 ‘용산 앞에 작아지는’ 한 대표의 모습이 강조되는 데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 분위기다. 결국 검찰 수사에 대해선 한 대표의 입장과 결을 같이하되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출구 뚫기에 나섰다.
한 대표가 최고위원으로 지명한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포문을 열었다. 김 최고위원은 21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가 온 국민에게 상당한 실망을 준 데 대한 정치적 책임이 있다”며 “당대표 경선에서 모든 후보가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했고, 김 여사 본인도 사과할 의사를 여러 번 밝혔기 때문에, 입장표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율 전 비대위원도 22일 채널A 유튜브 방송에서 “한동훈 대표가 1월부터 ‘국민 눈높이’를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때 그 입장과 어제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서 얘기한 건 전혀 모순되지 않다”면서도 “무혐의 판결과는 상관없이 지금이라도 여사께서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적절한 조치를 예고하고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뿐 아니라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22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총선 전에 이 문제 나왔을 때 당은 전부 여사 보호하려고 제보공작이다 몰카공작이다 (했지 않았냐)”면서 “여사를 피해자라고 두둔만 했던 우리 당도 잘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