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4년간 13명 사망”…환노위-국토위 청문회 예고
국회 환노위, 오늘 새벽 남양주 작업 현장 직접 방문
“본사 직원 밀착 동행, 노동자 의견 듣기 어려웠다”
국감 최대 쟁점 부상 … 근로환경·온라인플랫폼 등
다수의 사망자를 낸 쿠팡의 근로조건과 대응방안은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뜨거운 쟁점 중 하나다. 쿠팡 물류센터 현장을 방문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조만간 국토교통위원회와 함께 청문회 개최를 논의할 예정이다.
23일 국회 국토교통위 위원장인 맹성규 의원은 통화에서 “환노위와 같이 청문회를 여는 것에는 의견일치를 봤다”며 “근로조건이나 이와 연관된 블랙리스트 등 다양한 문제들이 총망라되겠지만 주로 환노위 의원들이 주도하고 국토위도 표준계약서 등과 관련해 짚을 게 있어서 일부 청문회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환노위는 이날 오전 2시 반부터 2시간동안 쿠팡 남양주 2캠프를 점검했다.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에서는 지난달 30일에도 같은 곳을 찾았지만 회사 측에서 가로막아 현장점검에 실패했다.
남양주 2캠프는 올 5월 쓰러져 숨진 택배기사 고 정슬기씨가 소속된 곳으로 정 씨는 원청인 쿠팡 측 직원 독촉 메시지에 “개처럼 뛰고 있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 다녀온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곳곳에서 회사측의 국회 방문에 대비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고 여러 문제가 됐던 과로사 문제 등을 유발할 만한 부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는 어려웠다”며 “쿠팡 본사에서 너무 많은 직원들이 나와 의원들이 노동자들과 대화하는 곳마다 밀착해 있어 그들의 어려움을 제대로 듣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이어 “본사 대표나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대응과 조치를 잘 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만 들었고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며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이에 앞서 환노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주영 의원 “쿠팡에서는 지난 4년간 13명의 노동자가 심혈관계 질환 등 과로사로 추정되는 원인으로 사망했다”는 점을 강조했고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은 “쿠팡뿐 아니라 폭염 속에서 힘들게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권, 안전권을 환노위 차원에서 반드시 현장에 임해서 체크하는 게 국회의원의 도리”라고 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7월에만 3명의 쿠팡 노동자가 돌아가셨다”면서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쿠팡CLS 소속 노동자 김 모씨가 지난 18일 오전 2시10분쯤 경기도 시흥2 서브허브에서 다회용 보냉가방인 ‘프레시백’ 랩핑 작업 중 쓰러진 뒤 숨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쿠팡의 과로사 문제 해결에 힘을 모을 것”이라고 했다.
노동부는 사망사건 이후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CLS의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과로사 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쿠팡은 택배물품 분류 전담 인력 완전 직고용 체제 전환, 택배기사 휴무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쿠팡 심야 로켓배송을 해오던 고 정 모 씨의 유족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홍용준·김정현 쿠팡CLS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소·고발했다. 대책위는 “고인의 과로사는 개인적 원인에 따른 것이 아니라 쿠팡CLS의 처참한 로켓배송 시스템에 따른 구조적 원인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국회 환노위와 국토위의 연계청문회는 여야간 협의과정을 거쳐야 성사될 전망이다. 김 의원은 “오늘 현장점검때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 만큼 이런 차원에서 청문회가 협의될 것”이라고 했다. 국토위 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여당 의원들이 쿠팡과 관련해 반대할 이유가 있겠나”라며 “청문회는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쿠팡은 22대 국회에서 근로환경 뿐만 아니라 온라인플랫폼법 등으로 환노위, 국토위 외에도 기재위, 산자위, 정무위 등에서 강한승 대표, 박대준 대표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