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헤즈볼라, 공방 후 일시 소강

2024-08-26 13:00:01 게재

이스라엘 “공격 징후에 선공” … 헤즈볼라 “로켓 320발, 불충분하면 재보복”

레바논 남성들이 25일 베이루트 남부 교외 시야 지역의 한 카페에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텔레비전 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나스랄라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다고 밝힌 후 헤즈볼라가 텔아비브 인근의 글리롯 기지를 겨냥해 공격했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25일(현지시간) 새벽 대규모 공습을 주고받으며 정면 충돌한 뒤 일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공격징후를 포착한 뒤 전투기 100여대를 동원해 선제공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는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 폭격으로 사망한 고위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에 대한 보복으로 로켓 320여발과 드론을 동원해 이스라엘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양측 모두 자신들의 공격이 상대방에게 타격을 입힌 반면 피해는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규모 공방전으로 중동정세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지만 당장 전면전으로 확산하기 보다는 잠시 숨고르기에 접어든 형국이다.

로이터,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4시 30분께 전투기 100여대를 출격시켜 레바논 남부 등지 로켓 발사대를 타격했다. 이스라엘은 공습 직후 이 사실을 발표하고 자국 북부 주민들을 향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알렸다. 잠시 후 오전 5시께 이스라엘 북부로 헤즈볼라가 쏜 로켓과 무인기 수백기가 날아오며 공습경보가 잇따라 발령됐다.

헤즈볼라는 지난달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고위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가 이스라엘 폭격에 사망한 데 대한 보복으로 로켓 320여발을 발사하고 드론으로 군사기지 11곳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48시간 동안 전국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긴급 소집한 안보내각 회의에서 “누구든 우리를 해친다면 우리는 그를 해칠 것”이라고 공언했다.

양측의 공습은 오후가 되기 전 잦아들었다. 레바논 당국은 이날 자국에서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함정에 탑승 중이던 해군 1명이 요격미사일 파편에 맞아 사망하고 다른 군인 2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방에 대한 양측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적은 로켓 수백발을 쏠 계획이었지만 선제공격 덕에 50% 이상, 혹은 3분의 2가량이 발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중부의 전략적 목표물을 향해 발사한 헤즈볼라 드론을 모두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는 “모든 드론이 성공적으로 발사돼 이스라엘 영공에 진입했다”며 “우리 군사작전은 계획대로 정밀하게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또 이날 새벽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헤즈볼라 군사시설을 선제타격한 데 대해서는 “작전 30분 전 이스라엘군이 공격해 온 지역은 작전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곳이었다”며 “우리의 정밀 미사일, 전략 미사일은 이스라엘의 공습에 파손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정밀 미사일을 사용할 의도가 없었지만, 가까운 미래에 사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양측의 공방에 대해 주변 관련국들과 국제사회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방어권 지지를 재확인하며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갈란트 장관과 통화해 이스라엘 방어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

AFP통신이 미국 국방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헤즈볼라가 발사한 로켓과 드론의 탐지를 도왔지만 이들 발사체를 격추하거나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에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당국자는 “미국은 어젯밤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선제공격에 개입하지 않았다. 우리는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을 향한 헤즈볼라의 공격을 추적하는 데 필요한 정보·감시·정찰(ISR) 지원을 일부 제공했지만, 물리적인 작전은 수행하지 않았다. 그런 작전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숀 세이벳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레바논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대통령 지시에 따라 미국 관리들이 이스라엘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의 친이란 ‘저항의 축’ 무장단체들은 헤즈볼라의 보복을 환영했다.

이스라엘과 11개월째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성명에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정부의 뺨을 때린 것”이라고 밝혔다.

예멘의 후티 반군은 “훌륭하고 용기 있는 공격”이었다며 지난달 자신들의 근거지 호데이다항이 공습당한 데 대한 보복도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사회는 자제를 촉구했다. 유엔 레바논 특별조정관실과 레바논 내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은 공동성명에서 양측을 향해 “포화를 중단하고 확전을 유발하는 추가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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