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중국산 덤핑으로 세계시장 초긴장

2024-08-26 13:00:01 게재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이자 소비시장이다. 지난해 기준 전세계에 팔린 전기차 900만대 중 57%는 중국 몫이다. 2위인 유럽(22%)이나 3위 미국(13%)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중국 BYD의 경우 지난해 판매량이 158만대로 테슬라 181만대에 이어 2위다. 판매증가율로 따지면 73%로 테슬라의 두 배 수준이다. 중국 전기차의 약진은 10년에 걸친 투자의 결과다. 지난해 외국기업의 중국 투자 중 신에너지나 배터리 등 전기차의 비중은 69%다. 1년 전에는 이 비중이 41%였다.

국가 자본주의식 산업정책이 낳은 악순환 고리

이런 방식의 투자 유치는 전기차와 배터리뿐만 아니다. 태양광 로봇 반도체 등 재정 보조금과 저리의 융자를 받을 수 있는 국가전략 산업 분야를 망라할 정도다. 이른바 투자와 보조금 권한을 가진 지방정부가 특정 산업을 육성해 국내총생산(GDP)을 늘리는 중국식 산업정책의 산물인 셈이다. 중국의 생산 방식은 수요를 고려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중점 산업의 경우 국내 수요는 물론 해외시장 수요보다 생산량이 많다는 게 문제다. 수급 불안은 가격경쟁으로 이어지고 최근 디플레이션까지 유발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부채를 상환하려면 가격을 인하해서라도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이익을 못 내고 부채경영을 하는 대다수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다 보니 실업률도 치솟을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국가 자본주의식 산업정책이 낳은 악순환 고리다.

중국산 철강 구리 전기차 등 과잉생산 품목의 돌파구는 세계 각국 시장이다. 전기차의 경우 유럽 시장을 정조준한 모양새다. 2035년 이후 화석연료 자동차 판매를 금지한 데다 전기차 시장 규모도 크기 때문이다. 중국산 전기차 50만대의 시장으로 안성맞춤 격이다.

유럽연합(EU)도 이런 의도를 모를 리 없다. 이미 지난해부터 9개월에 걸친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을 조사한 후 7월 4일 반덤핑 관세율을 정한 이유다. 기존의 관세 10%와 별도로 업체별로 17.4%에서 38.1%까지 추가로 부과한 징벌적 성격이다. BMW나 테슬라의 중국 생산 차종에도 평균 21%의 관세가 부과된다. 한마디로 중국산 전기차의 덤핑 공세를 막겠다는 의도다.

미국이 자국노동자와 기업보호를 명분으로 지난 5월 25%의 관세를 100%로 올린 것과 일맥상통하는 조치다. 중국산 전기차 수입량이 1만2000대에 불과한 미국의 대중국 규제는 보여주기용이다. 100% 관세는 아예 무역을 안한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은 중국의 불공정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다.

EU를 이끄는 독일의 경우 자동차 수출 비중이 70%에 달한다. 중국에 대한 자동차 수출은 미국에 이어 2위다. 폭스바겐은 1984년부터 중국과 합작 생산 중이다. 벤틀리 BMW 등 독일 고급 승용차도 중국서 큰 인기를 끌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기업의 대응 방식은 현지생산이다. BYD는 헝가리 생산공장을 내년에 가동하는 데 이어 튀르키예 공장도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의 대량생산 정책이 몰고 올 파장에 대비해야 할 때

세계 1위 배터리업체인 중국 CATL도 헝가리에 공장을 확보했다. 중국 최대 자동차 수출 업체인 체리는 유럽 2대 자동차 생산국인 스페인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상하이 자동차도 저렴한 인건비와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스페인 투자를 고려 중이다.

유럽은 자동차의 발상지다. 독일은 1984년 상하이에 폭스바겐 공장을 짓고 중국에 기술을 준 국가다. 정확히 40년 후 중국산 전기차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정도로 역전된 상태다. 자동차뿐만 아니다. 6월 중국의 무역흑자는 최고기록인 990억달러다. 알리 테무 쉬인 등 ‘이커머스’를 통한 소비재도 기세등등하다. 수요를 무시한 중국의 대량생산 정책이 몰고 올 파장에 대비해야 할 때다.

현문학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