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민생법안 합의처리 시도…재표결·친일논쟁은 지속
28일 본회의서 전세사기특별법 등 10여개 법안 처리 전망
민생회복지원금·방송4법 등 재표결·‘독도’ 이슈 놓고 대립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 등 10여개 민생법안에 대한 합의처리를 시도한다. 22대 국회 개원 후 첫 여야 합의처리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민주당이 25만원 지원금·방송4법 등에 대한 재표결에 나설지 주목된다. 또 ‘독도’와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등과 관련한 공세를 펴며 정쟁의 불씨를 이어가는 양상이다.
여야는 28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비쟁점법안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토교통위 의결을 마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전세사기특별법과 구하라법 등의 우선 처리가 전망된다.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배제하는 민법 개정안인 ‘구하라법’은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 회부돼 있다.
또 국민의힘이 당론 발의한 ‘저출생 대응’ 법안 중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 고용보험법, 근로기준법 등도 이번 본회의서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우자 육아휴직 기간 연장 등을 골자로 하는 이들 법안은 소관 상임위 심사가 남아 있지만 야당도 입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본회의 회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주 소관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민생법안들도 본회의 의결에 이견이 없어 보인다. 기술 자료를 부당하게 유용해 중소기업의 피해가 우려될 때 법원에 이를 막아달라고 청구할 수 있게 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이 대표적이다. 취약계층이 도시가스 요금 감면 서비스 지원에서 누락되지 않게 지방자치단체 등이 대신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도시가스사업법’, 산업단지 입주 기업의 신재생에너지 이용 확대를 위한 ‘산업 집적 활성화법’, 상습적·고의적 임금 체불 사업주에 대한 정부 지원을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도 포함될 전망이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일몰을 앞두거나 제도 시행 유예 기간에 다다른 예금자보호법, 공공주택특별법, 택시운송사업 발전법 등을 통과시켰다. 정무위에 계류 중인 독립유공자예우법 개정안도 처리 가능성이 높은 법안으로 꼽힌다.
야당 단독처리와 대통령의 거부권 등으로 갈등정국을 되풀이 했던 국회가 모처럼 합의처리라는 결과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대결정국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본회의 처리가 유력해 보였던 간호법은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서 막혀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의료법에서 간호사·전문간호사·간호조무사와 관련한 내용을 분리해 별도의 법률로 제정하는 간호법과 관련해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업무 범위,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 학력기준 등을 두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와함께 민주당이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의 재표결에 나설지도 관심이다. 현재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돌아온 법안은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다. 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대한 법안도 민생법안이라며 28일 본회의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재의결 안건이 상정되면 모두 부결시킨다는 방침이다.
독도 등 일본관련 이슈가 정치쟁점화 된 것도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다.
여야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1년이 지난 상황에서 ‘괴담 선동’ ‘친일 정권’ 프레임으로 맞붙었다. 민주당은 특히 이재명 대표가 ‘독도지우기 진상조사단’을 지시하면서 독도 논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5일 ‘윤석열정부의 독도 지우기’ 의혹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민주당은 26일 김병주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한 조사단을 출범시켰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26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한쪽에서는 친일파가 득세하고 한쪽에서는 독도가 사라지고 있다”면서 “윤석열정부 들어 친일 굴종외교가 지속되고 역사지우기에 혈안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전쟁기념관과 지하철 역사에서 독도기념시설이 소리없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군 교재에서 (독도를)지우고 분쟁지역으로 표현하고 조형물을 철거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왜 이 정권 아래에서만 이런 일이 계속되나. 괴담이라고 우길 시간에 정부여당은 괴이한 일 일어나지 않도록 정신차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독도 지우기’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 대해 “정부는 독도를 지운 적이 없는데 무슨 진상을 조사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25일 논평에서 “정부는 매년 2차례 독도 지키기 훈련을 하고 있고, 독도 조형물 철거와 관련해서도 일부 시설물이 노후화돼 철거된 것은 사실이나 이를 보수·제작해 다시 설치할 계획”이라며 “노후 전시물 교체까지 친일·매국 같은 단어를 써가며 정치 선동의 소재로 삼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독도까지 끌어들이는 민주당의 구태 정치를 보면 과연 공당의 자격이 있는지, 또 국익에 대한 고민은 하는지 의심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식 독도 괴담, 그것은 바로 일본이 원하는 것”이라며 “근거 없는 독도 정쟁화, 즉각 중단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23일“과학적 근거 없는 황당한 괴담이 거짓 선동으로 밝혀졌음에도 괴담 근원지인 야당은 대국민 사과조차 없이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환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