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무혐의’ 수심위서 뒤집힐까

2024-08-26 13:00:01 게재

대검, 소집·심의절차 본격화 … 이원석 “심의결과 존중”

수사팀과 동일 결론 무게 … ‘기소’ 판단시 파장 불가피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하면서 수심위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검찰의 김 여사 무혐의 처분을 정당화하는 요식절차에 그칠지, 수사팀 판단과는 다른 결론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이 총장 지시에 따라 이번주 수심위 소집과 심의 절차를 본격화한다.

이 총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사회에서 소모적인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검찰 외부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 의견을 들어 공정하게 사건을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수심위에서 모든 법리를 포함해 충실히 공정하게 심의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또 “제가 수심위에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수심위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 총장은 지난 23일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직권으로 수심위에 회부한 바 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 낸 수사팀의 수사 결과를 대면보고 받은 지 하루만이다.

수심위는 외부 전문가들이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수사 계속 여부,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과 적법성 등을 심의하는 기구다. 법조계·학계·언론계 등 각 분야에서 미리 선정된 위원 150~300명 중 15명을 무작위로 뽑아 해당 사건에 대한 현안위원회를 구성해 심의한다. 위원 선정 절차를 마치면 심의 기일이 지정되고, 수사팀과 사건 당사자들이 의견서를 내거나 직접 출석해 진술을 할 수 있다. 결론은 만장일치가 원칙이지만 의견이 갈리면 출석위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한다.

이 총장이 수심위 회부를 결정하며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법리’를 포함시키도록 명시한 만큼 수심위에서는 다양한 법리 적용 여부가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 쟁점은 직무관련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탁금지법 뿐 아니라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혐의 역시 직무관련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하거나 약속한 경우 성립한다. 변호사법에서도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사무에 관해 청탁·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향응 등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한 자, 또는 제3자에게 이를 공여하게 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 청탁금지법과 같이 알선수재죄와 변호사법 위반죄도 직무관련성이 입증돼야 성립한다.

앞서 수사팀은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전달한 명품가방 등을 접견을 위한 수단이나 친분관계에서 오간 선물로 보고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알선수재나 변호사법 위반의 경우 직무관련성 뿐 아니라 알선의 대가라는 점까지 입증해야 해 혐의 성립이 더 어렵다는 게 수사팀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수심위가 열려도 수사팀의 결론이 뒤바뀌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검이 이 총장의 수심위 회부 지시 사실을 알리면서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증거 판단과 법리 해석이 충실히 이뤄졌다고 평가했다”고 전한 것도 이같은 전망에 무게를 싣게 한다.

반면 법조계에선 대통령의 직무가 포괄적으로 인정된다는 점에서 수심위가 수사팀과는 다른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가관계가 폭넓게 인정돼 처벌받은 바 있다”며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안인 만큼 수심위원들이 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면 검찰 수사와 다른 결론을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검찰은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을 무혐의 불기소로 결론냈지만 수심위에서 기소로 뒤집힌 바 있다.

수심위가 김 여사에 대한 기소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면 커다란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봐주기’ 수사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검찰은 김 여사 조사 과정에서 ‘황제 조사’ ‘총장 패싱’ 등의 논란이 일며 불공정 시비를 겪어왔다. 규정상 수심위 결론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로서는 수심위 판단을 무시하고 무혐의 처분하기도, 그렇다고 현직 영부인을 기소하기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이 총장은 “총장으로 일하는 동안 일선 검찰청 수사팀 의견을 존중해왔다”며 “수사팀 의견과 수사심의위원회의 심의결과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심위와는 별개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 등을 검토한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 23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공수처에는 알선수재로 똑같은 사건이 고소돼 있다”며 “알선수재 성립 여부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서는 수사권이 없어서 이첩 요청권을 소극적으로 행사했다”며 “검찰 처분 내용을 먼저 확인하고 자체적으로 성실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조국혁신당은 지난 6월 김 여사를 알선수재와 직권남용죄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한 바 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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