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놓고 갈라진 20대 … 남성은 ‘재정안정’, 여성은 ‘소득보장’
연금공론화 백서 … 숙의 거치며 20~50대 의견, ‘역전 현상’ 보여줘
저소득·진보층은 ‘소득보장’원하고 고소득·보수층 ‘재정안정’에 무게
2030세대와 4050세대의 연금개혁에 대한 입장차가 크게 벌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50세대 남성들은 2030세대와 연금개혁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달랐다.
26일 연금공론화 백서에 따르면 20대(18~29세)의 경우 1차 조사에서는 보험료 인상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재정안정안에 50.3%, 보험료를 많이 내더라도 나중에 연금 역시 많이 받을 수 있는 소득보장안에 21.2%가 지지를 보냈다. 재정안정을 선호하는 입장이 29.1%p 높았다. 당장 보험료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3차 조사에서는 소득보장안이 53.2%, 재정안정안이 44.9%로 소득보장을 지지하는 입장이 8.3%p 높았다. 이같은 역전현상은 20대 여성이 숙의 과정을 거치면서 ‘재정안정 선호’에서 ‘소득보장 선호’로 급선회한 때문이다.
백서는 “20대가 소득보장을 더 지지하는 결과가 나온 것은 20대 여성에서 소득보장을 지지한 비율이 20대 남성에서 재정안정을 지지한 비율보다 높은 것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대 남성은 처음(1차)엔 재정안정안에 42.1%, 소득보장안에 26.1%가 지지했고 3차 설문에서는 57.2%, 39.3%를 보이면서 재정안정안에 대한 지지강도가 더 강해진 반면 20대 여성의 경우엔 소득보장안 지지비율이 1차 15.6%에서 3차엔 69.0%로 뛰었고 재정안정안은 59.6%에서 31.0%로 떨어지면서 ‘강한 역전현상’을 보여줬다.
20대와 함께 30대에서도 숙의 이전과 이후의 입장이 크게 달라졌다. 30대의 경우는 1차 설문에서는 소득보장안(42.7%)에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가 숙의를 거친 후에 이뤄진 3차 설문에서는 과반(51.4%, 1차에선 39.6%)이 재정안정을 선택하는 급선회를 보였다. 3차 설문에서 소득보장안 지지비율은 48.6%였다. 30대의 경우는 남성과 여성의 변화가 비슷했다.
◆수급시점이 다가오는 남성들의 고민 = 40대와 50대는 숙의 이전엔 연금을 덜 받더라도 미래세대가 보험료율을 적게 내게 하는 ‘재정안정안’에 높은 지지를 보였다가 숙의 이후엔 보험료율을 많이 높이더라도 노후 소득을 늘릴 수 있는 ‘소득보장안’으로 지지 의사를 바꿨다.
결국 수급시점이 다가오는 40대와 50대에서는 소득보장안이 절대적 우위로 나왔다. 1차 설문에서 46.5%, 44.2%가 재정안정안에 손을 들었다가 3차 설문에서는 66.5%, 66.6%가 소득보장안을 지지하면서 ‘역전 현상’을 보여줬다. 이같은 변화는 여성에게서도 나타났지만 남성에게서 더 뚜렷했다.
40대 남성의 경우 소득보장안이 1차 33.0%에서 3차엔 79.5%로 급상승했다. 여성은 33.5%에서 53.5%로 과반으로 올라섰다.
50대 남성은 1차에서 소득보장안에 55.9%를 지지하더니 3차에선 79.2%까지 지지비율을 올려 놨다. 소득보장안에 지지를 표한 여성은 같은 기간에 28.7%에서 53.4%로 뛰어올랐다.
연금 수령을 눈앞에 두고 있거나 이미 받고 있는 60세 이상은 1차 조사에서 재정안정안에 43.9%가 지지해 소득보장을 지지하는 비율(40.6%)보다 3.3%p 수준을 보여줬다. 3차 조사에 와서는 재정안정안 49.4%, 소득보장안 48.4%로 재정안정이 1.0%p 높았다.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성별로 따지면 60세 이상 남성은 줄곧 ‘소득보장안’이 우세해 ‘재정안정안’에 더 많은 지지를 표한 여성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남성은 소득보장안에 1차에선 52.0%가 동의했고 3차에선 51.3%가 지지했다. 여성은 같은 방안에 1차에선 30.7%에서 3차에선 45.9%로 지지비율을 높이긴 했지만 재정안정안에 대한 지지비율에서는 48.6%에서 54.1%로 우위를 유지했다.
◆연금 납부시점 만 64세까지 연장엔 ‘동의’ = 주관적 계층인식별로는 저소득층인 하위(1~4분위)와 중위(5~6분위)그룹은 1차 조사에서 재정안정안을 지지했지만 3차에선 소득보장안을 지지했고 고소득층은 재정안정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다. 소득보장안 지지비율은 하위층의 경우 61.0%였고 중위층은 52.8%였다. 고위층은 재정안정안에 50.3%가 손을 들어줬다.
이념성향으로 보면 진보층(70.1%)과 중도층(56.7%)은 소득보장안에 대한 지지의견이 숙의를 거치면서 더 높아졌고 보수층은 재정안정안(58.6%)에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수급개시연령을 현재와 같이 만 65세로 유지하고 연금 보험료 납입 종료 시점을 현재 만 60세에서 만 64세로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80.4%가 찬성했다. 반대는 17.7%에 그쳤다. 이는 1차 조사 59.1%, 31.9%와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연령별로 보면 30대에서 81.2%로 높게 나왔고 20대에서도 79.0%를 기록한 반면 납입 부담을 체감하는 40대와 50대에서는 73.5%, 74.2%가 찬성해 상대적으로 찬성률이 낮았다. 60세이상의 수급개시연령 상향조정 찬성비율은 88.4%였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주호영 의원은 “시대의 변화를 좇아 국민연금도 변화하여야만 한다”며 “의제숙의단 워크숍을 거치며 구체화한 의제에 대하여 시민대표단이 학습하고 응답한 조사 결과에서 연금개혁에 관한 국민의 구체적인 의사를 확인할 수 있어서 연금개혁 공론화가 유익한 과정이었다”고 평가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