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공론화 백서를 보니 ① 세대·성별 갈등 예고
4050 남성 80% '소득 보장'… 2030 ‘인상률 하향’
숙의 거치며 입장 바껴 … “공론화로 갈등 조정”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이견은 크지 않지만 얼마나 올리고 얼마나 받느냐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세대간, 성별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금개혁 과정에서 갈등이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주목된다. 20대와 30대에서는 연금수령액을 인상하는 소득 대체율 상향 조정보다 보험료율을 덜 올려 부담을 줄이는 쪽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40대 이상은 연금을 더 받을 수 있는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데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연금개혁과 관련한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고 숙의를 거치면서 입장이 크게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도 연금개혁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대목으로 보인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에 따르면 21대 국회 후반기에 운용했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가 지난달 국회에 ‘2024 연금개혁 공론화 백서’를 제출했다.
이 백서에 따르면 공론조사에 모두 참여한 492명의 시민대표단은 충분한 숙의 이후 가진 여론조사(3차)에서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 9%를 13%로 4%p 인상하고 소득대체율도 현재 40%에서 50%로 10%p 올려 잡은 ‘소득보장안’에 56.0%가 지지의사를 표했다. 보험료율을 3%p만 올리고 평균소득 중 연금의 비율인 소득대체율을 현재대로 40%를 유지하는 ‘재정안정안’에는 42.6%가 지지입장을 냈다.
이는 특별한 교육이나 토론 없이 진행했을 때인 1차 설문조사 결과(36.9%, 44.8%)에 비해 소득보장안은 19.1%p 올라간 반면 재정안정안은 2.2%p 하락했다. ‘잘 모르겠다’는 18.3%에서 1.3%로 줄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1차 조사에서는 소득보장을 지지하는 비율이 43.4%, 재정안정을 지지하는 비율이 41.4%로 거의 비슷했지만 숙의를 거치면서 소득보장을 지지하는 비율이 커져 3차 조사에서는 59.4%로 증가했다.
하지만 여성은 달랐다. 1차 조사에서는 재정안정을 지지하는 비율이 48.2%, 소득보장을 지지하는 비율이 30.4%로 재정안정론이 17.8%p 높았지만 3차 조사에서는 소득보장이 52.6%로 재정안정 지지비율을 넘어섰다.
1차 설문조사는 지난 3월 22~29일에 사전 숙의 없이 진행했고 2차 조사는 4월 13일에 1일차 토론회 직전에 실시했다. 4일차 토론회 직후인 같은 달 21일에는 3차 조사가 이뤄졌다. 한국리서치가 주도한 이번 설문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2%p다.
연령별로 보면 20대와 30대는 대체로 재정안정쪽에 무게를 뒀다. 나중에 많이 받기 보다는 현재의 보험료 납입 부담을 낮추는 데 더 큰 관심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성별까지 연결해 살펴보면 20대 여성, 40대와 50대 남성은 보험료 부담이 커지더라도 연금을 좀 더 받는 쪽으로 개혁하길 원하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발간사를 통해 “최근에는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공적연금제도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세대갈등이 우려되고 있다”며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주권자로서 스스로 참여하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론화는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숙의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유용한 수단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시민대표단의 선택 결과가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그 결과를 신뢰할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응답률은 91.5%로 확인되었다”며 “이번 공론화 과정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가진 국민들이 서로 소통함으로써 대립과 반목을 넘어 통합과 상생의 길을 찾아 나갈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