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후대책’ 기본권 침해 해당할까
헌재, 기후위기 헌법소원 29일 결론
4건 병합해 선고 … 아시아 첫 사례
오는 29일 정부의 미흡한 기후위기 대응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기후소송’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론이 나온다. 기후위기 관련 소송이 미국, 유럽, 캐나다, 호주, 브라질 등에서 제기된 적은 있지만 아시아 국가로는 첫 사례다. 그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 기후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주목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29일 오후 2시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낸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위헌심판청구(기후소송) 4건을 병합해 선고한다.
앞서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19명이 헌법재판소에 ‘정부의 미흡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환경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후 시민·아기 기후소송 등이 제기됐다.
기후소송의 쟁점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하도록 한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과 그 시행령 3조 1항, 감축 목표량의 상당 부분을 윤석열정부 이후로 미룬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등이 위헌인지 여부다.
헌재는 지난 4월 23일과 5월 21일 두 차례 공개변론을 열고 시민사회와 학계, 정부측의 입장을 들었다.
두 차례 공개변론 과정에서 청구인들과 정부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청구인들은 2030년까지 2018년 배출한 온실가스 40%를 줄이기로 법률로 정한 녹색성장기본법, 탄소중립 기본법 등이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제시한 40% 감축 목표가 낮아 미래 세대에게 ‘안정된 기후에서 살 권리’를 비롯한 환경권, 생명권,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유다.
반면 피청구인인 정부측은 현실적인 목표치라고 반박했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실행했기 때문에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지난 5월 2차 변론에서는 초등학생 청구인이 최후 변론에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초등학교 6학년인 한제아(12) 어린이는 “기후재난은 이미 현실”이라며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어른들이) 기후위기 해결과 같은 중요한 책임에 관해서는 대답을 피하는 듯하고 어쩌면 미래의 어른인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참고인으로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과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 박덕영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유연철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이 출석했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은 공개변론 당시 “최근 유럽인권재판소에서 스위스 정부의 기후변화 대책이 불충분해서 스위스 여성 노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결정이 선고됐고, 국내 언론에 크게 보도돼 국민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며 “이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인식하고 충실하게 심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현재 세계 여러 나라에서 기후소송 판결이 나오고 있다. 2019년 네덜란드 대법원과 2021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각각 네덜란드와 독일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2023년 미국 몬태나주와 2024년 유럽인권재판소에서도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