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로 번진 딥페이크 범죄
전교조 “전수조사 해야”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성범죄물이 텔레그램을 통해 초·중·고등학교까지 번진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수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서울경찰청은 2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 7월까지 14세 이상 청소년 관련 사건으로 10명이 입건됐다”며 “시교육청과 함께 예방 교육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서울대와 인하대에 이어 10대 사이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딥페이크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특정인의 얼굴을 다른 음란물과 합성해 유포하는 것으로 수사기관의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 등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지역은 물론 학교 단위로 퍼져 있고, 이 대화방에만 수천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텔레그램 대화방에서는 알고 지내는 여성의 사진은 물론 소속 학교와 각종 개인정보를 공유한 뒤 불법합성물을 제작·유포하고 있다.
엑스(옛 트위터)를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커뮤니티에는 학교 명단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상태다.
피해자들이 소속된 학교만 최소 230곳에 달한다. 특히 피해자 중에는 여교사나 군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력처벌법에는 성적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허위 영상물을 제작하거나 퍼뜨리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영리목적인 경우 7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도 적용될 수 있다. 대화방에 단순 참여한 경우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어 N번방 사건 이후 수천명이 경찰에 입건될 가능성이 있다.
경찰에 따르면 올 1월부터 7월까지 딥페이크 관련 범죄 신고는 전국에서 297건 접수됐다. 이는 지난해 180건을 뛰어 넘는 것으로 올 하반기 신고건수를 고려하면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에만 178명이 입건됐고 이중 10대는 73.6%인 131명에 달한다. 나머지는 20대 20.2%(36명), 30대(5.6%) 10명, 40대(0.6%) 1명 등이다.
올 상반기 학교폭력신고전화(117)로 서울경찰청에 접수된 딥페이크 사건만 20건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불법합성물 성범죄 피해가 예상되는 학교 명단에 다수 중고교가 포함됐다”며 “심지어 초등학교까지 피해가 발생했고 학생과 교사를 가리지 않아 피해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 지원과 생활지도 업무를 맡은 교사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며 “교육부는 전국 초중고교 대상 불법합성물 성범죄 실태를 파악하고 전수조사를 시행하는 등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자체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29일 발표할 예정이다.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 출신인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국가적 재난 상황”이라며 “텔레그램이 수사를 거부한다면 최소한 일시적으로 텔레그램을 국내에서 차단하는 조치라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현재 미성년자 대상으로만 한정했던 디지털 성범죄 위장 수사 범위를 성인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