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공론화 백서를 보니 ② 사각지대 어떻게
‘출산·군복무에 연금 크레딧' 우선 시행
노인돌봄·신규실업자도 지원대상 포함
“플랫폼·원청기업 보험료 부담” 92% 동의
숙의과정인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한 시민대표들은 숙고 끝에 연금 혜택의 사각지대를 대폭 줄이고 세대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을 제시했다. 대표적인 게 출산, 군복무, 돌봄, 실업 기간을 연금 보험료 납입기간으로 산정해 주는 기간과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또 국민연금 고갈을 우려하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국가지급 의무를 법으로 규정하는 방안도 많은 지지를 받았다. 다만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세대별 보험료를 차등 적용이나 정부안에 있었던 자동안정화장치는 1차 논의 결과 검토대상에서 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가 제출한 연금 공론화백서에 따르면 시민대표들은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크레딧(보험료 지원) 제도 확대 방안’ 중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방안’으로 출산 크레딧 확대를 들었다. 둘째자녀까지 부여하는 출산 크레딧을 첫째자녀까지 확대하고 자녀당 크레딧 기간을 현재 18개월에서 2년으로 늘리는 데에 53.2%가 동의했다. 남성(48.0%)보다 여성(58.3%)이 더욱 강하게 선호했다. 이는 공론조사 기간을 모두 참여한 492명의 최종 3차 조사결과로 한국리서치가 지난 4월 21일에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연금 크레딧은 사회적 공헌을 보상하고 국민연금 가입을 어렵게 만드는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 보험료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군복무 크레딧 부여기간을 6개월에서 군복무기간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22.8%가 우선순위로 꼽았다. 실업 크레딧 대상을 신규 실업자 등으로 확대하고 기간도 생애 1년 이하에서 3년 이하로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10.6%가 가장 먼저 시행해야 할 사각지대 해소방안으로 지목했다.
40대와 50대에서는 장애인·노인 등 무급 돌봄에 대해서도 출산 크레딧에 준하는 혜택을 줘야 한다는 데 높은 선호도를 보여 눈에 띄었다. 특히 50대는 장애인·노인 돌봄 크레딧 신설에 12.0%가 ‘우선순위’로 꼽았다.
2순위로 꼽은 비율에서는 군복무 크레딧이 36.1%로 가장 많았고 출산 크레딧이 30.3%를 기록했다. 장애인 노인·돌봄 크레딧은 16.7%, 실업 크레딧은 9.8%였다.
1, 2순위를 합한 ‘사각지대 해소방안’은 출산 크레딧과 군복무 크레딧이 각각 82.6%, 57.8%로 단연 앞섰고 노인·장애인 돌봄 크레딧과 실업 크레딧이 각각 23.4%, 20.1%를 기록했다. 직업 훈련과 교육 크레딧은 10.1%에 그쳤다.
또 현재 출산 크레딧 재원이 국고 30%과 기금 70%로, 실업 크레딧의 경우 국고에서 75% 지원을 받지만 25%는 개인 부담이라는 점을 들어 ‘크레딧 재원을 전액 국고로 전환하고 자격 발생시점에 크레딧을 부여하면서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에 88%가 동의를 표했다. 보험료 지원 사유가 발생하는 시점이 아닌 연금 수급 시점에 지원이 이뤄져 사회적 공헌을 촉진하는 효과가 낮고 급여지출이 커지는 미래시점으로 미뤄지는 단점을 해소해야 한다는 얘기다.
플랫폼 원청기업 등에 사용자 보험료를 부과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연금 가입을 유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91.7%가 동의했다. 산재보험 고용보험과 달리 국민연금에서는 특수형태근로자들이 주로 지역가입자로 가입해 있어 보험료 부담이 크고 이에 따라 가입률이 50~60%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대책이다.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87.3%가 동의입장을 내놓았다.
백서는 “최근 사회보험 사각지대 문제 핵심인 고용불안정성 심화에 대응해 국민연금도 고용보험 등과 같이 가입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급증하는 특수형태노동자의 국민연금 가입 정상화가 대표적인 조치”라고 했다.
김상균 공론화위원장은 “3차 설문조사까지 총 4주의 학습기간이 부여한 결과”라며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확인됐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