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김동연 경기지사 광폭행보의 명암
요즘 김동연 경기지사의 움직임을 보면 ‘대선행보’를 본격화한 것 같다. 비명(비이재명)계와 친문(친문재인), 친노(친노무현) 인사 영입에 적극 나서고 고 김대중 대통령 생가 방문 등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26일 친문계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전해철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도정자문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전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 재임 때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고 문재인정부에선 행정안전부장관을 역임한 친노·친문 핵심 인사다.
전 신임 위원장은 위촉식 후 “대표적인 비명계 인사로서 김 지사와 정치적으로 연대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도정자문위원장이 김 지사와 정치적으로 함께 하거나 후원하는 역할 아니냐”면서 “함께 일하게 된 정치적 의미에 대해 부정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23일 6개월 가량 공석이던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의 새 원장으로 김민철 전 민주당 국회의원을 낙점했다. 김 전 의원은 노무현정부 청와대 행정관, 문재인 대통령 후보 정무특보, 민주당 원내부대표 등을 지냈으나 지난 4월 총선 때 공천에서 배제됐다.
전직 대통령들과의 접촉면도 넓혀가고 있다. 지난 3월 경남 양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 후 “제게 더 큰 역할을 해달라는 당부의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고 5월엔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15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다. 지난달 12일엔 전남 신안에 있는 고 김대중 대통령 생가를 찾은데 이어 지난 22일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포럼에도 참석했다.
김 지사의 이런 행보에 대해 정치권에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됐을 경우 등에 대비한 행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이런 ‘대선행보’가 가져올 역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우선 임기 절반을 지난 시점에서 ‘김동연 대선행’이 기정사실화될 경우 ‘레임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 공직사회 내부에선 “이미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보다 ‘기성 정치와의 차별화’를 외쳤던 김동연의 정치노선이 퇴색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 아플 수 있다. 그는 ‘기득권 양당정치’를 비판하며 새로운물결을 창당, 대선에 도전했었다. 김 지사의 한 측근인사는 “처음 대선에 나설 때 가능성 0%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기존 정치권에) 빚지지 않고 해야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 ‘정치인 김동연’이 이미 정권을 잡고 기득권을 누렸던 세력에 기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김 지사가 펴낸 책 ‘대한민국 금기깨기’에서 언급한 것처럼 “도민과의 ‘공감’에 기반한 아래로부터의 반란”으로 성공한 도지사, 정치인이 되길 기대한다.
곽태영 자치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