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기술혁명 위험 보장도 혁신해야
최근 국내외적으로 4차산업혁명의 신기술에 따른 위험이 새롭게 주목받았다. 미국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일으킨 세계적 IT 장애와 국내외의 전기자동차 화재 사고가 계기가 되었다. 이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신기술이 초래하는 위험은 사고의 원인이나 피해의 확산 양상 및 규모가 이전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런데 위험에 맞는 보험으로 보장하지 못해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지를 둘러싸고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자칫 이해당사자 간의 소송전으로 비화하면 사건을 매듭짓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물론 보험회사들은 새로운 위험의 발생 및 확산에 대비해 데이터 수집 및 분석역량을 강화하는 한편으로 보험신상품 개발과 요율 산출기법 혁신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부문에 많은 역량을 배치하고 있고, 새로운 위험에 맞게 업무관행을 바꾸지 못해 아직은 개선의 여지가 많다. 더구나 전통적 위험에서 새로운 위험으로 이행하는 경로 판단이 어려워 업무관행을 혁신하는 데 경영상 어려움도 크다.
위험의 변화에 맞추어 보험업무를 혁신해야
그러나 새로운 위험은 이미 현실화돼 나타나기 시작했다. 보험회사는 그러한 위험으로 인한 피해를 보장할 방법을 시급히 마련해 실행할 필요가 있다.
첫째, 신기술로 인한 위험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관련 데이터 수집을 강화하며 분석 능력을 키워야 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의 경우 주행 데이터, 사고 패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이력 등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새로운 위험을 보장할 보험상품을 새로운 방식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전기자동차의 경우 운전자 책임에서 제조사나 소프트웨어 개발사의 책임으로 변화하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은 물론 배터리 폭발이나 해킹 등에 대한 보장도 추가해야 한다.
셋째, 위험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협력을 도모할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우선은 기술 개발 기업과 보험회사 간에 위험에 대한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를 위한 규제 및 지원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보험회사가 인력 및 운영 체계를 혁신하는 것이 필요하다.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을 측정한 후 새로운 보험상품을 개발할 전문가를 채용하는 것은 물론 교육을 강화하고 조직문화를 혁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섯째, 소비자의 인식변화와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의 위험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이에 대비한 보험의 필요성을 인식시켜야 한다. 또한 보험상품 내에 위험 예방을 위한 인센티브를 포함시켜 소비자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제가 수행된다 해도 새로운 위험을 보험으로 적절히 보장하는 것은 빠르게 이루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 초기에는 데이터가 부족해 위험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고, 보험요율을 산출할 새로운 방법이나 상품의 보장 범위가 실제 위험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험은 300년 이상 동안 새롭고 다양한 위험을 보장하며 발전해왔다.
4차산업혁명의 성공을 위해 보험 역할 확대 필요
다만 명심해야 할 것은 과거의 방식으로는 새로운 위험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모든 위험을 같은 방식으로 보장하지 않고 위험에 맞게 방식을 달리하여 접근하는 것도 요구된다. 나아가 재보험회사나 자본시장을 이용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보험은 단순한 위험 보장을 넘어 신기술의 안전한 도입과 발전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서 역할해야 한다. 신기술이 우리 삶에 가져다주는 편리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도 그에 따른 위험은 최소화하는 것이 보험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