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혁신 기업인 열전 ⑧ 신신자 장충동왕족발 대표

가맹점주가 본사 인수…이익보다 바른먹거리 원칙 지켜

2024-08-28 13:00:06 게재

5년 걸려 공정서 빙초산을 현미식초로 바꿔

직원과 소통 적극, 공정위 민원 한건도 없어

수익 30% 직원 특별상여금과 지역사회 환원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한국도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에 저성장까지 복합위기에 빠졌다. 미국-중국의 경제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한 가운데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기업의 도전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내일신문은 (사)밥일꿈과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혁신 기업인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외환위기 1년 전(1996년) 남편 사업이 어려워졌다. 평온한 삶을 살던 40대 초반 가정주부는 가족을 책임져야 했다. 생활 터전이었던 대전을 떠나 부산에 정착했다. 먹고살기 위해 프랜차이즈 체인점을 시작했다.

‘장충동왕족발’과 첫 만남이다. 점주로 열심히 살았다. 3년만에 전국 매출 1위 매장에 올랐다.

급격히 본점 경영상태가 악화됐다. 창업주가 손을 내밀었다. 2001년 본사를 인수했다. 체인점주 5년만에 본점 대표에 올랐다. 이만하면 인생역전이다.

경영도 똑뿌러진다. 인수 당시 3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350억원을 기록했다. 직원도 250명에 달한다. 족발 메뉴로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1위다. 족발을 최초로 일본 동남아 등에 수출하고 있다. 회사 이익을 직원과 사회에 나누는데도 적극적이다. 회사는 프랜차이즈업계의 모범으로 꼽힌다. 신신자 장충동왕족발 대표가 묵묵히 걸어온 경영이야기다.

신신자 장충동왕족발 대표가 지난 14일 청주시 청원공장에서 회사가 걸어온 길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바른먹거리 욕심 많은 경영인 = 지난 14일 청주시 장충동왕족발 청원공장에서 신 대표를 만났다. 신 대표의 첫마디는 ‘바른먹거리’다. 그는 “자신은 37년 동안 달랑 브랜드 하나뿐인 무능한 경영인”이라며 “하지만 사람 건강을 위해 부끄럽지 않는 바른먹거리를 만들어왔다”고 소개했다.

실제 신 대표는 회사 이익보다 바른먹거리에 대한 욕심이 더 크다.

장충동왕족발 제품은 돼지족발과 순대, 머릿고기 편육이다. 제조하는 모든 제품에는 화학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시험에서 벤조필렌 아크릴아미드 트랜스지방 같은 것이 일절 나오지 않는다.

제품 맛을 내는 빙초산을 사용하지 않는다. 빙초산은 석유에서 추출하는 화학제품이기 때문이다. 장충동 왕족발은 고기색을 붉게 만드는 아질산나트륨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붉은고추로 색을 내고 있다. 커피와 카라멜 소스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신 대표의 바른먹거리 열망은 빙초산 사례가 상징적이다. 제품에서 빙초산을 빼는데만 5년이 결렸다. 빙초산 대신 현미식초로 바꿨다. 현미식초는 산도가 10%에도 못 미쳐 맛을 내는 배합비율을 찾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건강한 식품을 위해 고난을 감내한 것이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제조설비도 현대화 했다. △자외선 살균컨테이너 △연속식 2차 살균기 △연속식 금속검출기 △자외선 공기순환 균기 △항온 항습기 등을 갖췄다.

신 대표는 맛에도 타협하지 않는다. 이런 고집은 국민들이 제주도 ‘봄무’를 맛볼 수 있는 배경이 됐다.

2001년 이전에는 봄무가 육지에서만 나왔다. 육지에서 자란 봄무는 너무 빠른 성장으로 단단하지 않고 맛이 없었다. 동치미는 가을무로만 담궈야 했던 이유다. 신 대표는 고객들에게 맛있는 동치미를 1년 내내 제공하고 싶었다. 제주도에서 무를 재배하는 방안을 생각했다. 2001년부터 본격 제주도 봄무를 먹을 수 있게 됐다.

그는 “고객은 건강하고 맛있는 식품을 먹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서 “고객을 위해 바른먹거리 만드는 게 우리 회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어린이집 직접 운영 = 장충동왕족발은 가맹점주와 돈독하기로 유명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맹점 민원이 한번도 제기되지 않았다. 비결은 3무(無)원칙과 소통에 있다. 3무는 △가맹점주를 섭섭하게 하지말자 △직원에게 억울함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 △식품사고를 내지 말자는 내용이다.

신 대표는 점주와 소통하는 걸 즐겨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영업이 끝나는 새벽에 가서 점주들을 많이 만나 고충을 듣고 함께 공감했다. 요즘도 수시로 점주들과 의견을 나눈다.

“점주들이 같은 마음으로 고객을 대해야 회사가 지속할 수 있기에 나 먼저 점주를 진심으로 대하려 노력한다.” 그는 점주였던 시절을 기억하면서 상생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직원복지에도 최선을 다한다. 매출 300억원대 중소기업에서 찾기 힘든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2001년 법인 설립 이후 노사분규가 한번도 없는 이유다.

노사공동 해외연수 워크숍으로 공동발전을 모색한다. 직원은 모두 정규직이다. 자녀학비(연 2회)와 기숙사, 주택자금 대출 등을 지원한다. 회사내 야근이 없고 자율근무제를 운영 중이다. 여성임원 비율이 50%에 이른다.

회사 이익금 배분은 3:3:4 규칙을 유지하고 있다. 이익금의 30%는 직원들에게 특별상여금으로 돌려주고 사회에 환원한다. 40%는 회사에 재투자, 30%는 주주에게 배당한다.

특히 직장내 어린이집(도담 어린이집)을 직접 운영한다. 어린이집 직원들도 정규직으로 편입했다.

김장철이면 직원들과 함께 김장을 한다. 20여년째다. 담근 김장김치는 직원들이 가져간다. 된장도 담궈 직원들과 나눈다. 직원 가정에 김장하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서다. 물론 주변 이웃과도 나눈다.

◆직원행복한 기업이 꿈 = 신 대표는 가업승계를 하고 있다. 딸(권현주 상무)이 입사한 지 13년째다. 제품개발부터 조직관리까지 경영 대부분을 권 상무가 맡고 있다. 권 상무는 스스로를 ‘일중독자’라고 평가한다. 금수저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 일에 매달렸다.

준수한 성적도 거뒀다. 1인가구 증가 등 시장변화를 예측하고 편의점과 마트 전용제품을 기획했다. 대성공이었다. 현재 회사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권 상무는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큰 부담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엄마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충동왕족발이 전환기에 들어선 셈이다.

신 대표와 권 상무는 한목소리로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선 가장 가까운 사람인 직원이 행복해야 한다는 공감대다.

“직원이 행복해야 그 즐거움이 고객에게 전할 수 있다. 직원이 회사 오는 게 행복하면 좋겠다.

신 대표가 걷고 있는 행복경영에 기반한 회사경쟁력 확보는 중소기업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청주=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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