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국회 첫 법안 합의 통과…개원후 석달 만

2024-08-28 13:00:11 게재

정부·여당, 민주당 간호법안 대폭 수용

방송법 등 재의결은 양당 대표회담 이후로

간호법안 등 40여개 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될 전망이다. 22대 국회 들어 여야가 본회의를 열고 합의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지난 5월 30일 개원 이후 석달 만이다. 지금껏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넘은 법안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다시 국회로 돌아왔다. 7개월째 의정갈등 대책을 내놓지 못하던 정부와 여당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파업을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민주당안을 대폭 수용하면서 간호법에 합의한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주민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에 간호법안을 상정한 법안소위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민주당안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여 빠르게 통과시켰다.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한 부분은 야당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야당은 시행령을 통해 PA 간호사들의 교육 과정, 자격 기준 등을 자세하게 담아야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결국 관철시켰다. 국민의힘은 PA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검사·진단·치료·투약·처치’라고 법에 명시하자고 요구했지만 약사 등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또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를 위한 학력 제한을 없애달라는 여당과 간호조무사의 요구도 철회됐다. 다만 부대의견에 ‘향후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넣어 간호조무사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여당과 간호조무사협회는 기존의 특성화고와 학원 외에 전문대 졸업자에게도 간호조무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주장했지만 입직 경로에 따른 마찰 등을 우려한 야당과 간호사협회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의료기사법에 명시된 의료기사들의 업무는 간호사들의 업무범위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하되 자세한 내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도 관철됐다. 간호법 제정에 따른 의료기사 단체 측의 우려를 고려한 조항이다. 법안명을 ‘간호법’으로 못 박은 것 역시 야당이 얻은 성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낸 ‘간호사 등에 관한 법안’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간호법안은 이날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와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 올려 질 전망이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전세사기 피해 구제책의 사각지대를 일부 해소한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도 상정된다. 이 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해당 주택을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로 최대 20년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5월 21대 국회 때 여야가 합의했지만 본회의에서 막힌 ‘구하라법’(민법 개정안)도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상속권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취약계층의 도시가스 요금감면 서비스 지원 시 누락되지 않게 지방자치단체 등이 대신 신청할 수 있게 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 범죄 피해자 사망 시 구조금을 유족에게 지급하는 내용의 범죄피해자보호법 개정안 등도 통과 대상 법안에 들어갔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노란봉투법 방송4법 등 6개 법안들에 대한 재의결 시점은 9월로 미뤄졌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재의 표결 자체가 당대표 회담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또 당대표 회담에서 어떤 얘기가 나누어지는지에 따라서 거부권이 행사되었던 법에 대해서도 가부가 결정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재의 표결은 아마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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