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오늘 본회의서 구하라법·전세사기특별법 처리
범죄피해자 사망시 유족에 구조금 지급 법안 등 민생법안 포함
전통시장 화재 공제료 지원, 취약층 도시가스 감면 대신 신청
여야가 28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전세사기특별법, 구하라법 등 민생법안을 처리한다. 22대 국회 개원 후 석달째 되도록 여야 합의 통과 법안이 0건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국회에 모처럼 훈풍이 불어온 셈이다.
본회의 전 마지막 문턱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전날 통과한 법안은 모두 27건이다.
가장 관심을 모은 법안은 구하라법과 전세사기특별법이다. 가수 고 구하라씨의 이름을 따온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에선 아이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는 유산 상속권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을 보면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인 상속인이 피상속인에 대해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중대한 범죄 행위를 했거나 △그 밖의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를 상속권 상실이 가능한 조건으로 적었다. 피상속인의 유언이 있거나, 공동상속인이 청구할 경우 가정법원이 상속권 사실을 선고할 수 있게 했다.
국회는 “고 구하라씨의 경우를 비롯해 천안함, 세월호 사건 등 재난재해 사고 이후 피상속인을 부양하지 않은 상속인이 보상금, 보험금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하거나 재산 상속을 주장하는 등 일반 국민의 법 감정에 반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사회적 논란이 지속됐다”면서 “국민 정서에 맞지 않은 불합리한 상속제도를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전세사기특별법은 피해자들의 주거안정을 지원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매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사들여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하게 된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해당 주택에 10년 동안 무상 거주하되, 원할 경우 일반 공공임대 주택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10년간 추가 거주할 수 있다. LH는 경매차익으로 피해자 임대료를 지원하고 만약 부족할 경우엔 정부 예산이 투입된다.
같은 날 법사위 문턱을 넘은 범죄피해자보호법 개정안은 범죄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구조금을 유족에게 지급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에는 피해자가 구조금을 지급받기 전에 사망한 경우에는 유족들이 지급받지 못해 유족에 대한 보호와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취약계층의 도시가스 요금 감면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등이 요금 감면 서비스를 대신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가스 사업법도 법사위를 통과했다.
그동안 기초연금수급자, 차상위계층,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요금감면 서비스는 당사자의 신청이 있어야 했는데 자신이 서비스 대상자임을 알지 못해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가스도매사업자와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를 대신하여 직권으로 요금감면 지원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은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회동 때 여야 협의가 가능할 것으로 꼽혔던 법안 중 하나다. 이 법이 통과·시행되면 중소기업들이 기술 유용이 의심될 때 법원에 이를 막아달라고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청구권이 따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기술 유용 행위가 발생해도 공정거래위원회 조치나 법원의 손해배상 판결 등이 있기 전까지는 구제를 요청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특례기간을 오는 9월 20일에서 2026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사업성이 떨어져 일반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도심 내 노후·저층·역세권 등을 대상으로 공공이 주도해 개발하는 사업이다. 2021년에 한시적으로 도입돼 법안이 곧 일몰될 예정이었지만 안정적인 사업추진을 위해선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기간연장이 이뤄졌다.
그 외에도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상인의 전통시장 화재공제료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게 한 전통시장육성법 개정안, 택시기사 주40시간 근무 원칙을 노사 합의가 있을 경우 유연하게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택시법 개정안 등도 통과됐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