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쇄빙연구선 못만드는 K-조선
중국이 쇄빙연구선 추가 건조에 나서면서 북극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해운조선 전문미디어 ‘지캡틴(gCaptain)’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이 건조중인 차세대 대형 쇄빙연구선 건조가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다. 중국은 현재 3척의 쇄빙연구선을 운영하고 있는데 추가 건조에 속도를 더하기 위해 ‘상당한 자원’을 투입했다고 한다.
중국은 설룡1·2호 등 3척의 쇄빙연구선을 올 여름 북극에 파견했다. 지캡틴은 이에 대해 ‘북극에 대한 중국의 거대한 야망을 보여주는 성과’라고 지적했다.
중국도 극지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우강 중국 해양디자인연구소 수석디자이너는 “러시아 캐나다 미국 등이 지배하고 있는 극지과학 영역에서 중국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북극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미국 내부에서도 북극 등 극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한층 강화된 새로운 북극전략을 발표했다. 2019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이 북극에서도 불붙는 모양새다.
극지연구활동에 참여하는 해안경비선(코스트가드)을 포함 미국의 쇄빙연구선은 총 5척이지만 정비와 화재 등으로 제대로 운용중인 쇄빙선이 없다. 지캡틴에 따르면 해안경비대는 임시로 사용할 수 있는 상업용 쇄빙선을 구입하기 위해 의회에서 1억2500만달러 자금을 배정받았지만 구체적인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북극은 미국 해양전략에서 핵심지역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능력을 갖추고 항공모함을 만들어 운용하는 미국이지만 중국의 조선능력이 미국보다 230배 앞선 현실 앞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세계 최고 선박 건조기술을 자랑하는 한국의 조선산업도 정부가 요구하는 쇄빙연구선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가 추진하는 친환경 쇄빙연구선이 지난 7월까지 다섯차례 유찰되면서 발주처인 정부가 적정 가격을 다시 산정하는 중이다. 2026년 완료하기로 한 사업은 2029년 3월로 3년 연장됐지만 추가 연장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남극과 북극을 오가며 극지연구를 하고 있는 아라온호의 부담을 덜고 기후변화 대응 등 극지 이슈에 대응하면서 북극해 고위도 탐사가 가능한 친환경 쇄빙연구선을 설계했지만 정부가 제시한 가격에 건조하겠다는 조선소가 없어 계획이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더 싼 가격에 배를 만들 수 있는 곳이라면 해외에서도 만들어도 좋다’는 식으로 자국 조선능력의 쇠퇴를 두고 봤던 미국이 허둥대고 있다. 가격문제로 쇄빙연구선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산업계는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정연근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