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건전재정도 민생도 외면한 예산안

2024-08-29 13:00:03 게재

정부가 2025년도 예산안을 발표했지만 결과적으로 건전재정도 지키지 못하고 민생도 챙기지 못하는 최악의 긴축 예산안이 되었다. 사실 정부의 긴축 예산안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현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강조해왔고 경제 전망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세금도 제대로 걷히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0.1%p 하향 조정하고, 내년은 이보다 더 낮은 2.1%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올해 성장률 전망을 2.5%에서 2.4%로 낮춰 잡았다.

지키지 못할 재정준칙 만들어놓고 취약계층, 서민에 대한 지원마저 외면

문제는 재정건전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3년 내내 관리재정수지 목표치인 –3%를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번에 발표한 예산안의 내용을 보면 보건·복지·고용 예산 증가율이 4.8% 수준으로 10년 내 최저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지키지도 못할 재정준칙을 만들어 놓고 취약계층 영세 자영업자 서민에 대한 지원마저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이번 예산안으로는 인구변화의 구조적 위기, 경제위기, 기후위기 등 복합적 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가 세입확충을 통한 적극적 재정운용 기조로 전환하는 방안을 통해 재정준칙을 지킬 돌파구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공공주택을 역대 최대 물량인 25만2000호까지 공급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도리어 공공주택 부문 예산은 3조2000억원 삭감된 14조9000억원으로 편성했다. 결국 정부는 민간 중심의 주택공급을 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한편 신생아특례 대출 소득요건 완화(6585억원), 청년주택드림 대출(7507억원) 등 ‘빚내서 집사는’ 정책대출 예산만 늘리고 한계에 다다른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금융지원 예산은 전년 대비 미미한 증액에 그쳤다.

또한 정부는 영세 소상공인 배달·택배비를 최대 30만원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이를 통한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즉 정부는 아직도 본질적인 해결방안을 고민하기보다는 선심성 행정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모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정부가 그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한 부자감세 정책과 맞물려 긴축 예산안 편성은 결국 재정지출 감소로 민생이 악화되고, 이는 다시 세수부족으로 이어져서 결과적으로 재정이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정부가 내세운 ‘민생활력’과 ‘미래도약’은 지금까지의 감세정책과 낮은 수준의 공공지출로는 전혀 달성이 불가능한 목표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작년에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는 100만명이고 전체 사업자 중 폐업자 비율은 10%에 육박한다. 이처럼 어두운 경기전망 속에서 수입만 16조1000억원 감소했다. 정부는 이와 더불어 상속세 및 배당소득세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상위 1%를 향한 추가 감세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부자감세 정책과 긴축 예산안의 악순환 우려

윤석열정부의 ‘감세정책’은 현 세대가 부담할 세금을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전가시키는 정책이다. ‘부자감세’ 정책은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현 세대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기 때문에 자산·소득의 양극화를 더 심화시킨다.

또한 현 정부는 세수가 부족한 상황을 지방자치단체에 전가해 ‘불용권고’라는 방법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운영에 막대한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 즉 정부가 의도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사용에 개입해 예산 집행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으며 이는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침해해 지방자치 본래의 기능이 발현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현 정부의 원칙없는 예산 운영과 부자감세 정책으로 인해 위협 받고 있는 지방재정 운영 사례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향후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성과 책임성을 갖고 지방재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신승근 한국공학대 교수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