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멸 도서관기능
“도서관, 인구감소 대응 지역거점 역할해야”
국가도서관위 2024년 도서관정책 워킹그룹 오픈 세미나 … 생활인구 늘리는 문화기반시설 중요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는 27일부터 30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연수관에서 ‘2024년 도서관정책 워킹그룹 오픈 세미나’를 열고 있다. 워킹그룹은 제4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24~2028) 추진과제 중 도서관 현장과 학계, 정부의 논의가 선제적으로 필요한 11개 주제에 대해 논의해왔다. 오픈 세미나는 워킹그룹이 논의해온 내용을 공유하고 다양한 현장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도서관은 고령자, 다문화 친화 환경 조성으로 물리적, 심리적 접근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도서관 고유의 지식정보 제공 기능 외에도 생활편의 주민문화 여가생활 평생교육 등 사회적 요구를 수용해 사회적 포용을 실천하는 ‘모두의 도서관’을 지향해야 합니다.”
김연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가치확산연구실장은 28일 오픈 세미나에서 패널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김 실장은 이날 ‘지역문화 활성화 및 사회적 포용을 위한 도서관의 역할 확대’를 주제로 설명했다.
◆‘지역사회 계속 거주’ 위한 문화시설 = 지역의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하면서 지역소멸이 현안이 되는 가운데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 AIP)를 위한 문화시설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김 실장은 도서관 역시 시민들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지원하는 문화시설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한 연구에서 우리나라의 소지역단위 장래인구를 예측한 결과, 2020년 인구밀도를 100으로 봤을 때, 2050년의 인구밀도는 91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거주 지역 중 장래 인구감소 지역이 되거나 아무도 거주하지 않는 무거주화가 될 위험이 있는 지역은 87%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2040년 중위연령이 54.6세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 65세 이상은 34.4%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문화시설의 주된 이용자도 고령층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 실장은 “전세계적으로 초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지역사회 계속 거주가 중요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이를 지원하기 위한 고령자 교류, 여가를 위한 공동체 거점공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지역 단위 문화시설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문화시설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가능하게 한 해외 사례로 미국의 대학가 실버타운(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 UBRC)을 설명했다. 이는 미국의 현 고령층이 이전 세대보다 교육 수준이 높고 은퇴 이후에도 배움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점에서 착안해 만들어졌다. 고령층이 단순히 대학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것을 넘어 캠퍼스의 전용 주택에서 생활하며 입주자는 대학 도서관과 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 이들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교내에서 세미나를 열고 강의를 청강할 수 있다.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하는 도서관 지향 = 우리나라는 인구감소지역에 생활인구를 확보하기 위한 문화기반시설을 확대하는 추세다.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따르면 인구감소지역 인구 기준으로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했다. 생활인구란 △초단기 유동인구 △단기 체류자 △중장기 체류자 △외국인 또는 관광객 등을 의미한다.
인구감소지역의 생활인구 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생활인프라 여건이 중요한데, 지역 경제활동 및 인자리 여건, 보건복지 여건 등과 함께 각종 문화콘텐츠 인프라 조성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문화콘텐츠 인프라 조성을 위해서는 도서관을 포함한 문화기반시설의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이날 김 실장은 도서관이 사회적 포용을 실천하기 위한 지침으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도서관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라인’(가이드라인)을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은 ‘누구나 쉽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을 목표로 도서관의 공간에 대해 △모두에게 친절한 도서관 △이용하기 쉽고 편한 도서관 △누구나 길찾기 쉬운 도서관을 지향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도서관 서비스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시설과 설비 역시 처음 조작하는 사람을 포함해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누구나 원하는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문화시설의 다양화 및 복잡화 경향이 소개됐다. 도서관 같은 전통적 문화시설은 물론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문화공간에 이르기까지 문화시설이 다양화하는 추세라는 지적이다. 또한 하나의 시설 내에 다양한 문화 활동과 서비스 제공이 이뤄지는 문화시설의 복합화 경향을 통해 이용자들은 풍부한 경험을 즐길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도서관을 포함한 문화시설은 지역 공동체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김 실장은 “‘모두의 도서관’이 지역문화의 구심점이 돼 인구소멸지역에서 문화활력지역으로의 전환을 견인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혁신 방안 마련 논의도 = 이 외에도 오픈 세미나는 29일과 30일에 △지식문화기관 연대 및 협력 △도서관 지역출판 서점 상생협력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본격 대응을 위한 도서관의 디지털 혁신 방안 마련 등이 논의된다.
오픈 세미나는 한국도서관협회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