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투업 투자사기 의혹 700억 피해…PG사 대표 잠적, 검찰 추적 중

2024-08-29 13:00:03 게재

금감원, 사기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 … 영장실질심사 불출석

매출채권 담보대출 상품 … “가공 매출채권으로 투자금 받아”

온라인투자연계업(P2P) 업체 크로스파이낸스코리아의 카드매출채권 담보대출 투자상품에서 700억원의 투자자 손실이 발생한 가운데 사기혐의를 받고 있는 전자지급결제업자(PG) 루멘페이먼츠 대표가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금융당국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루멘페이먼츠 대표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지난 23일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피의자가 불출석했다. 검찰은 루멘페이먼츠 대표가 잠적한 것으로 보고 영장을 발부받아 신병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서 크로스파이낸스 투자자들이 집회를 열고 투자금 상환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투자자 제공

금감원은 크로스파이낸스가 판매한 700억원 규모의 카드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투자상품에서 선정산대출 상환지연이 발생하자 이달 7일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투자자들은 크로스파이낸스를 통해 카드매출담보채권에 투자했고, 투자금은 급전이 필요한 소상공인 등에게 대출로 쓰이는 구조였다. 소상공인들은 카드 매출을 담보로 돈을 빌린 뒤 추후 카드사에서 받는 대금으로 상환하는 방식이다. 정산(상환)은 카드사와 소상공인을 연결하는 PG사 루멘페이먼츠가 맡았다. 하지만 루멘페이먼츠의 정산대금 미상환으로 투자금 상환이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금감원은 현장 검사에서 사기혐의를 포착했다. 그동안 선정산대출을 받은 소상공인과 루멘페이먼츠가 ‘한 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검사결과 사실상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이 없고 루멘측이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가 드러났다.

금감원은 루멘측이 사기를 벌인 것으로 판단, 현재 입증 자료를 보강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선정산도 아니고 아예 가공 매출채권을 만들어 투자금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피해를 입은 한 투자자는 “투자기간이 7일 정도로 짧고, 카드매출담보채권이라서 안심하고 투자를 했는데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루멘측이 자금을 돌려막다가 결국 한계에 다다랐을 가능성도 있다.

투자상품을 중개한 크로스파이낸스도 당했다는 입장이다. 크로스파이낸스는 26일 “해당 투자 상품의 구조적 안정성을 믿고 해당 상품들에 투자해왔다”며 “또한 당사 역시 해당 상품들에 법인 유휴자금을 활용하여 27억1000만원의 간접 투자를 진행했으며, 관련 사태 중에도 다른 일반 투자자와 동일하게 투자를 유지해오다 결국 32억4000만원의 연체 피해를 입었다”고 해명했다. 크로스파이낸스 임직원과 가족친지 28명도 5억3000만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크로스파이낸스가 사전에 루멘측의 사기 행각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도 투자상품 판매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다. 루멘측은 투자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고 루멘그룹 계열사들도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은 크로스파이낸스를 상대로 투자금 반환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이 존재하지 않는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옵티머스 펀드를 판매하면서 자산운용사의 설명에만 의존해 상품을 팔았다가 투자원금을 반환해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옵티머스 자산운용은 지급능력이 없는 상태여서 투자자들이 NH투자증권을 상대로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고, 분쟁조정위원회는 계약취소 결정을 내렸다. NH투자증권이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크로스파이낸스의 대주주는 총주식수 기준 한국거래소 산하기관인 코스콤(28.9%)과 국내 중견기업인 인지그룹(43.9%)이다. 투자자들은 크로스파이낸스 대주주를 상대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크로스파이낸스 투자자 47명은 27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금융위, 코스콤 800억 투자사기 해결하라’는 내용의 현수막과 함께 이들은 “크로스파이낸스의 대주주는 한국거래소의 자회사인 코스콤”이라며 “코스콤과 인지그룹에 대한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