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 장바구니 물가 ‘껑충’…“성수품 최대공급” 정부 ‘머쓱’

2024-08-29 13:00:04 게재

정부 추석성수품 17만톤 공급하겠다지만 폭염에 채소·과일값 두 자리 수 급등

가공식품도 줄인상 본격화 “더 못 버텨” … “장 보기 겁난다” 도미노 가격인상 우려

추석을 앞두고 채소와 과일가격이 급등하며 장바구니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가공식품마저 줄줄이 가격인상을 예고했다. 추석 채비를 앞두고 “장 보기 겁난다”는 말이 일상이 됐다. 전날 추석성수품을 역대최대 규모로 풀어 물가안정을 다짐한 정부 추석민생대책이 무색할 정도다.

올해 초 ‘금(金)과일’ 파동으로 들썩이다가 가까스로 상승폭이 둔화된 소비자물가 전반이 다시 요동치는 모양새다.

추석 앞두고 물가 고공행진 28일 서울 한 시장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한국물가협회는 올해 전통시장 기준 4인 가족 추석 차례상 비용은 28만7100원으로 지난해보다 9.1% 늘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인상 폭 커지는 장바구니 물가 =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등에 따르면 전날(28일) 기준 배추 소매가는 포기당 7527원으로 올랐다. 배춧값은 이달 상순 한 포기에 5000원대였으나, 지난 13일 6000원으로 올라 22일에는 7000원을 넘어섰다.

배추 가격은 전월 5310원과 비교하면 42.3%, 전년(5766원) 대비로는 31.1% 올랐다. 평년(5692원)보다 32.8% 높은 가격으로 지난달 1일 3813원에 비하면 무려 98.2%나 뛰어올랐다. 배추뿐만 아니라 무 1개당 평균 소매 가격도 4101원으로 전월(2864원) 대비 43.1% 올랐다. 이는 전년(2680원) 대비 53.0%, 평년(2617원)보다는 56.7% 치솟은 가격이다.

사과와 배 등 과일 가격도 여전히 고공해진 중이다. 사과 10개 소매가는 21일 기준 3만2575원으로 전월(3만666원)보다 6.2% 올랐다. 햇사과 출하로 이달 14일까지 3만원을 하회했지만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지난 16일(3만946원)보다 10.4% 올랐다. 배(신고)는 10개당 소매 가격은 14일 기준 6만9992원으로 전월(8만4379원)보다 17% 하락했지만, 지난해(3만2607원)과 비교하면 114.6%가 뛰었다. 평년(3만8844원)과 비교해도 80.2% 상승했다.

대표적 추석 성수품으로 꼽히는 돼지고기와 닭고기 등 육류도 평년보다 높은 가격을 보였다. 삼겹살 100g은 27일 기준 2601원으로 평년보다 4.8%, 닭고기는 ㎏당 6052원으로 8.5% 오름세를 기록했다.

먹거리 가격이 급등한 것은 장마와 폭염 등 이상기후 탓이다. 지난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이상기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이후 최근까지 우리나라 물가 상승분의 약 10% 정도는 고온 등 이상기후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개월 연속 2%대였지만, 농산물 물가는 9.0%로 상승했다.

◆가공식품도 줄인상 예고 = 가공식품도 인상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당장 오는 30일부터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오뚜기 카레, 토마토케찹, 소스, 후추 등 24종 제품 가격이 오른다. 다음달 1일부터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가정간편식(HMR) 제품 가격도 인상될 예정이다.

대표 제품인 3분 쇠고기 카레·짜장은 2000원에서 2200원으로 10%, 토마토케찹(300g)은 2650원에서 3200원으로 20.8% 오른다.

대상도 다음달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종가집 맛김치’ 6개 품목을 평균 6.7% 인상한다. 이에 따라 맛김치 50g은 1000원에서 1000원으로 10% 오른다. 맛김치 80g은 1500원에서 1600원, 맛김치 900g은 1만3000원에서 1만4600원으로 각각 6.7%, 12.3% 인상된다.

코카콜라도 다음 달부터 편의점 제품 판매가를 평균 5% 올린다. 대표 제품인 코카콜라 캔 350ml는 2000원에서 2100원으로 5% 인상된다. 코카콜라와 코카콜라제로 캔 450ml는 2200원에서 2300원으로 4.5% 가격이 오른다. 코카콜라·제로페트·제로레몬페트·제로체리페트 등 500ml 페트 제품들은 2300원에서 2400원으로 4.3% 인상된다. 스프라이트 355ml 캔 제품과 1.5L 페트 제품 역시 각각 5.9%, 9.4%씩 가격이 뛴다.

원재료 가격 인상에 인건비 등 가격 상승 요인들이 누적되면서 인상폭이 커졌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물가안정’ 정책 약발 안먹힌다 = 앞서 정부는 전날 추석 물가 안정을 위한 민생안정 대책을 발표하고 물가안정을 다짐한 바 있다.

농·축·수산물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이자 지난해 대비 1톤이 증가한 약 17만톤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 중 배추와 무는 평시보다 2.2배 많고 전년 대비 9.1% 늘어난 1만2000톤을 공급하며 배추는 6500톤, 무는 5500톤 규모다. 사과와 배도 공급을 3배 이상 늘려 사과는 평시 대비 3.2배 늘어난 1만5700톤, 배는 3.9배 증가한 1만4300톤을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바나나·파인애플·망고·망고스틴·체리·키위·자몽·두리안·만다린·아보카도 등 수입 과일 10종의 할당관세(일정 기간 수입품 관세를 낮추거나 높이는 제도) 조치는 당초 9월 말에서 연말까지 적용 기간이 연장됐다.

농수산물 할인행사도 지원한다. 700억원 규모의 정부 할인 지원과 생산자·유통자 자체 할인을 통해서다.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 배추·무·시금치·사과·배 등 농산물은 최대 40~50%, 김·명태·고등어·참조기·마른멸치·전복·문어 등 수산물은 최대 60% 할인한다. 한우·쌀·쌀 가공식품·전복·갈치 등으로 구성된 ‘민생선물세트’를 구성해, 전국 하나로·수협마트·농협몰 등에서 10~50% 할인 판매도 실시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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