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커지는데…여권 투톱은 ‘전면전’
‘증원 유예’ 한동훈 중재안 거부 후 만찬 미루고 공방만
대통령실 “(중재안) 현실적이지 않아” 70분 작심 브리핑
한 대표 “국민 건강과 안전 지키는 게 최우선” 정면 반박
의정갈등 장기화로 국민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여권 투톱인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가고 있다. 25일 제시된 한 대표의 중재안을 대통령실이 공식 거부한 이후 대통령과 당 지도부 만찬 연기,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70분 브리핑과 한 대표의 반박에 이르기까지 ‘점입가경’ 공방전이 이어졌다.
28일 대통령실에선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의료개혁과 관련해 설명했졌다. 특히 오후에 기자실을 찾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약 70분간 ‘작심 브리핑’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 고위 관계자는 한 대표의 중재안에 대해 “대안이라기보다는 의사 수 증원을 하지 말자는 얘기 같다”며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해집단의 끈질기고, 구조적인 저항에 굴복한다면 정책을 펴기 어려운 형국에 빠져들고, 정상적인 나라라고 하기가 어렵다”고 강한 어조로 말하기도 했다. 한 대표의 중재안을 ‘이해집단의 저항에 굴복한 것’이라고 저격한 셈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30일로 예정돼 있던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간 만찬도 연기했다. 여기에는 윤 대통령의 불쾌감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여당 내에선 친한동훈계와 친윤석열계의 의견이 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28일 “정부 추진 방침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당도 함께할 생각”이라며 윤 대통령 손을 들어줬다. 대통령과 당 지도부 만찬 취소사실도 추 대표 측을 통해 공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정면 반박에 나서며 ‘마이웨이’ 행보를 예고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여당 의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난 후 기자들과 만나 “대단히 중요한 이슈이고, 거기에 대해 당이 민심을 전하고 민심에 맞는 의견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임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고 거기에 대한 논의와 어떤 게 정답인지만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의료개혁) 추진 과정에서 국민들 걱정과 불안감을 잘 듣고 반응해야 한다”면서 재차 ‘직진’ 의지를 밝혔다.
의료공백을 넘어서 의료붕괴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여권 투톱의 갈등 양상을 보이는 데 대해선 우려가 나온다. 의정갈등 해소 필요성을 강조해온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에 대해 “정부가 하는 일은 죽고 사는 문제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 의료 시스템은 죽고 사는 문제 아니냐”면서 “어떤 문제보다도 제일 중요하고 최우선으로 둬야 된다”고 강조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