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꼬일 때마다 나오는 윤 대통령 ‘격노설’
한동훈 “의대증원 유예” 주장에 다시 돌출
윤석열 대통령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키우는 데 일조했던 ‘격노설’이 잊을 만하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국정 난맥상이 노출될 때마다 윤 대통령의 성정이 함께 거론되는 것은 국정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29일 정치권에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의대증원 유예 제안을 대통령실이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전언이 퍼졌다.
25일 한 대표가 한덕수 총리에게 의료계의 의견을 전달한 후 대통령실이 부정적 입장을 표명하고, 다음날 윤 대통령이 한 여당 지도부 인사에게 전화를 해 ‘왜 의료개혁을 흔드느냐’며 격노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대통령실은 격노설을 일축하고 있지만 30일로 예정됐던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만찬 취소, 27~28일 연이은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의 의료개혁 장시간 브리핑 등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엄중하다는 판단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앞서 윤 대통령 격노설은 취임 후 20차례 가까이 세간에 오르내렸다. 2022년 6월 반도체 산업 육성 관련 국무회의 과정에서 “(인력 양성이)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때문에 힘들다”는 참모의 말에 “관료주의적”이라며 언성을 높였다는 이야기가 처음으로 나왔다.
이후 △치안감 인사 번복논란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논란 △이태원 참사 경찰대응 논란 △북한 무인기 격추실패 △안철수 전 의원의 ‘윤안연대’ 발언 논란 △청년 전세사기 피해 보고 △근로시간 개편 ‘69시간’ 논란 △채 해병 사망사건 수사 논란 △방미 앞둔 안보라인 보고누락 논란 △김기현 전 대표 울산 출마 △김건희 여사 특검 조건부 수용 논란 △국방부 교재 독도 ‘분쟁지역’ 표기 논란 등 갖가지 문제가 돌출될 때마다 어김없이 ‘격노설’이 따라붙었다.
윤 대통령 격노설은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총선패배를 거치면서 급격히 뜸해졌지만 최근 의료개혁 문제를 놓고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대통령실 참모 출신 여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목소리가 크고 감정표현이 솔직한 대화 스타일이 임기 초반 참모들에게 낯설었을 수 있다”며 “답답한 일이 생기면 언성이 높아지다가도 참모들의 설명에 금방 차분해지고 참모들을 풀어주는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언성이 다소 높아지는 것까지 계속 격노 운운하는 것은 건 악의적”이라고 반박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