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회담 의제 협의 난항…이재명은 ‘민생’ 여론전
실무협상, 내달 1일 회담개최 합의 … 의제 조율 중
민주당 “핵심의제 다 거부하면 뭐하러 만나나” 한탄
이, ‘의대증원 유예’ 두둔 … 지역화폐 등 민심 공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내달 1일 국회에서 대표회담을 열기로 했다. 그러나 회담 주요 의제를 놓고는 여전히 합의를 보지 못했다. 회담 불발에 대한 우려는 해소했지만 '민생 성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각각 의원 연찬회에 돌입한 양당 지도부가 진전된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한동훈 대표의 ‘의대증원 유예안’을 두둔하는 한편 지역화폐·민생지원 쿠폰 등 추석 민심을 겨냥한 민생카드를 잇따라 꺼냈다.
이재명 대표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연기된 한동훈 대표와의 회담은 난항이다. 이르면 9월 1일 개최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실무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주당 안에서 ‘대표회담을 해야 하는지 회의론이 커졌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실무회담 당사자인 이해식 민주당 대표비서실장은 29일 “채 상병 특검법도 입장을 뒤집었고, 민생회복 지원금은 일체 안 된다고 하는데 이런 상태에서 회담을 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당 안에서 나온다”면서 “(한동훈 대표가) 먼저 언급한 내용을 중심으로 협의를 하자고 하는데 전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박정하 국민의힘 대표비서실장과 전화통화로 협의를 벌이고 있는 회담 개최 날짜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 비서실장은 “의제준비가 안 돼 있어 당초 9월 1일쯤으로 (회담) 날짜를 정하려고 했는데 결국 못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대표회담에서 특검법이나 민생지원 방안 등에 대한 진전된 결과가 나와도 한 대표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그냥 보여주기 위한 회담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28일 “당대표 선거 때에 ‘공수처 수사와 무관하게 해병대원 특검이 필요하다, 제3자 대법원장 추천 특검하자’라고 주장을 했던 한동훈 대표가 선거가 끝난 후에는 ‘특검 말고 공수처 수사를 지켜보자’고 한다”면서 “자신의 말에 책임지는 집권여당 대표다운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비난했다.
그렇다고 대표회담을 먼저 제안한 민주당이 테이블을 걷어차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양당이 정기국회를 앞두고 29~30일 인천에서 각각 연찬회를 갖는다. 양 대표와 지도부의 입장변화에 따라 대표회담 개최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대표회담 준비와는 별도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민생’ 이슈를 중심으로 민심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여당에 대한 압박과 함께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민생행보의 일환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정부에 제안한 의대정원 증원 유예 방안에 대한 공개적 두둔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28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지목하며 “합리적인 계획을 세워서 ‘5년 안에 만 명을 늘리겠다’ 이럴 것이 아니라 10년간 목표를 좀 분산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한 대표께서 의대 정원 감축을 얘기하고, (증원을) 유예하자고 얘기하셨던 것 같다”며 “의료 공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안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고 공감을 표했다. 한 대표는 지난 25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내년 의대 정원 증원은 유지하고,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는 방안을 중재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당정 갈등 양상이 다시 불거졌다. 이 대표 입장에선 여당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대통령실을 압박하는 포석을 취한 셈이다. 이 대표는 또 지역화폐·민생쿠폰 등 민생회복 방안 마련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28일 “어떤 방법을 쓰든 민생 골목경제를 살려야 한다”며 “민주당은 지역화폐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민생 회복을 위한 전 국민 소비쿠폰 지급 제도 시행을 촉구했다. 그는 “소비 쿠폰이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는지는 지난 코로나 때 국민들이 직접 체험했다”면서 “국민의힘도 먹사니즘 정치에 동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최근 불거진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도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을 갖고 피해자 보호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며 당 차원의 특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추석을 앞두고 민생과 직결되는 이슈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며 여론을 선점 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을 비롯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으로 국회로 넘어온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통위법 개정안)’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지급 특별조치법) ’,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에 대한 재표결을 9월 국회로 넘겼다. 당분간 정쟁으로 번질 현안보다는 민생이슈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