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커지는 “‘반헌법’ 김문수 지명 철회”
‘친일인사방지 특별법’ 발의
탄핵소추 추진 가능성 시사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야당은 인사청문회 이후 김 후보자를 일본 강점, 4.3사건, 세월호 사건 등에 대한 왜곡과 폄훼 등으로 ‘반헌법적’이며 ‘위헌적’이라는 평가를 내리며 윤석열 대통령의 임명 강행을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29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김문수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서가 국회에 접수된 것은 지난 6일이며 지난 26일에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국회법에서는 인사청문을 접수후 20일 안에 마친 후 청문경과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하도록 돼 있다. 20일이 지난 이후에도 청문경과보고서가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기한을 정해 재송부 요구를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여론추이를 봐 가면서 김 후보자 임명강행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존에 해 왔던 대로 단시간의 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구한 뒤 곧바로 임명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앞서 인사청문회장에서 뛰쳐 나온 야당은 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윤 대통령에게 직접 제기하면서 법안까지 제출해놨다. 야당은 핵심은 김 후보자의 발언과 정체성이 반 헌법적이라는 데로 모아져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온 국민이 김문수는 안 된다고 경악하고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만 문제없다고 우기고, 강변하고 있다”며 “친일 극우, 노동 혐오 김문수는 안 된다. 들끓는 국민의 분노를 직시하라”고 했다. 이어 “헌법 수호의 책무를 지닌 대통령이 헌법 정신을 부정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자를 국무위원에 임명하는 것은 반헌법, 반국가행위”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당장 김문수 지명을 철회하기 바란다”고 했다.
야 7당 의원들도 28일 대통령실을 방문해 ‘김문수 지명철회 촉구 의견서’를 접수하면서 “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은 대한민국 정체성에 대한 도전이며, 우리 사회 약자에 대한 괴롭힘 그 자체”라며 “김문수 후보자를 고집한다면 윤석열정권 또한 후보자와 함께 심판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 나라가 어디 있느냐”, “일제 강점기 선조들의 국적은 일본이다”, “대한민국 건국은 1948년이다”, “제주 4.3은 좌익폭동이다”, “쌍용차 노조는 자살특공대”, “아이 안 낳고 개만 기른다” 등 김 후보자의 발언들을 내세우며 “반국가적, 반역사적, 반헌법적 사고로 일관하는 인사, 사회통합을 파괴하는 반사회적 막말을 일삼은 김문수 후보자에게 국무위원은커녕 어떤 작은 공직도 맡길 수 없다”며 지명 철회를 욕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은 대한민국 정체성에 대한 도전이며, 우리 사회 약자에 대한 괴롭힘 그 자체”라며 “김문수 후보자를 고집한다면 윤석열정권 또한 후보자와 함께 심판받을 것”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친일인사공직임명 방지 특별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이 법안은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김용만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역사 왜곡행위를 미화·정당화하거나 이에 동조한 사람이 정무직 공무원 혹은 공공기관의 장 또는 임원으로 임용·위촉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역사 왜곡행위’로는 일본 제국주의 지배 또는 친일반민족 행위를 미화·정당화하는 내용으로 △역사적 사실을 날조해 유포하는 행위 △러일전쟁 전후부터 1945년 8월15일까지 제국주의 침략전쟁과 전쟁범위를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는 내용으로 역사적 사실을 날조해 유포하는 행위 △독립운동·항일운동을 비방하거나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날조해 유포하는 행위 등을 규정했다. 또 국무총리 소속으로 11인 규모의 ‘헌법부정·역사왜곡 방지위원회’를 설치해 정무직 공무원 후보자가 역사 왜곡행위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하도록 했다. 대상 기관들은 후보자를 임명하기 전 위원회에 심사를 신청해야 하고, 심사 결과에 따라야 한다. 만약 심사 결과에 따르지 않고 정무직공무원 등을 임명할 때는 국회에 사전 보고해야 한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003년 ‘친일반민족 진상규명 특별법’에서 정한 20개 친일 행위를 포함해 여러 반민족 행위들을 옹호하고,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부분을 고려해 제안하는 법안을 만들었다”며 “헌법을 가장 수호해야 할 공직자들이 헌법에 나와 있는 3.1 운동이나 영토 조항을 폄훼하고 있다. 헌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했다.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역사왜곡 인사의 공직 임명과 관련해 헌법에 위배되는 ‘위헌’ ‘반헌법적’ 행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당장은 어렵겠지만 탄핵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반헌법적 인사는 당연히 탄핵을 시켜야 하고 그렇게 하고 싶지만 탄핵을 하려면 탄핵사유가 발생해야 한다”며 “당장 탄핵이 가능한지는 따져볼 일”이라고 했다. 김 후보자의 장관 임명 이후 정기국회 등을 통해 ‘반헌법적 발언’이 확인될 경우엔 탄핵소추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