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을 들여 성형수술을 한 뒤 10개월간 도망 다닌 사기범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및 사기 등의 혐의로 A씨를 구속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가상자산 채굴 사업에 투자하면 매달 투자금의 18%를 지급하겠다’고 158명을 속인 뒤 160억원을 받아냈다. 경찰은 A씨가 이중 45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애초 A씨와 또 다른 총책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A씨는 법원에서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종적을 감췄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B씨와 상위모집책 등 3명을 검찰에 넘긴 경찰은 A씨 추적에 나섰다.

방대한 양의 폐쇄회로(CC))TV를 분석했고 주변인들의 계좌와 통화 내역을 뒤졌지만 A씨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10개월이 지나 A씨의 은신처를 찾은 경찰은 장시간 잠복 끝에 그를 검거할 수 있었다.

A씨는 경찰의 추적이 시작되자 수시로 거처를 옮기고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사용하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2100만원을 들여 쌍커풀과 안면 등을 성형수술했고, 가발을 착용하면서 신분을 숨겨왔다.

경찰은 A씨 검거 후 그가 주변인들 도움으로 도피를 이어간 사실을 확인했다.

여자친구와 가족은 물론, 선임한 법무법인 사무장까지 동원됐다. A씨는 범죄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가상자산을 마련했다. 조력자들은 이 가상자산을 현금화하거나 도피자금을 대주고 성형외과와 가발업체 수배까지 도맡았다.

특히 법무법인 직원은 A씨 도피를 돕는 것은 물론 경찰에 중요 정보를 은폐하는 등 수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 직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기각한 바 있다.

A씨는 범죄 수익으로 신축 아파트에 거처를 마련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했는데, 경찰이 체포할 당시 현금 1억원이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은 A씨 도주를 도운 법무법인 직원과 지인 등 5명도 범인도피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검찰에 넘겼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